미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 이후 15일 처음 열린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북핵 관련 청문회에서 민주, 공화 양당의 중진 의원들은 북미 간 직접 대화 등 저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내년 1월 새롭게 구성될 민주당 주도의 의회에서 이 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될 민주당 톰 랜토스 의원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북핵 6자회담에 참석한 뒤 귀로에 새로운 별개의 협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양에 우리의 평화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북미간 직접 대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랜토스 의원은 이어 “미국 외교관의 북한 방문을 불허하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지금 끝나야 한다”면서 “힐 차관보에게 협상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이날 청문회에서 “부통령실과 국방부에 박혀있는 강경파에게 협상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낙선한 공화당 짐 리치 국제관계위 산하 동아태소위원장은 “북미 관계가 최근 수년간 미국과 실질적으로 진전된 관계를 이룩한 베트남식 모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미국은 베트남에 그랬던 것처럼 북한과 기꺼이 상대해야 한다”며 소신대로 북미 양자대화를 주문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강력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제재결의 이행조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랜토스 의원은 대북 제재와 관련,“중국과 한국의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자신의 방북 때 만난 북한군 장성들의 최신형 벤츠 승용차와 굶주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비교하면서 대북 사치품 금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청문회를 주재한 공화당 헨리 하이드 위원장은 한국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논란에 대해 “9월 방미 때 확고한 대응을 다짐한 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노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답변에 나선 번스 차관은“북한 핵 문제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핵심적 문제”라면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번스 차관은 또 미국이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결의 1718호에 따라 설치된 제재위원회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활동에 연루된 혐의가 있는 12개 기업과 1명의 개인 명단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한국의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더 있다”며 “우리는 한국측에 몇가지 아이디어를 줬다”고 말해 한국의 추가조치를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과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 국립핵 연구소 소장 등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은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석유나 식량의 대북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중국 관리 등과 논의한 결과 “북한의 핵실험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공적이라는 분석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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