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가 필요한 계절, 맘 먹고 쇼핑에 나섰다면 기억해야할 단어가 있다. 복고와 볼륨이다. 미니멀리즘 패션이 부활하면서 장식성보다 옷의 구조와 패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올해, 코트는 방한용은 물론 복고의 고전적 형태미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패션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원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박성희 실장은 “올 겨울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치마와 재킷, 코트는 물론 소매의 길이도 짧아지는 것이 눈에 띈다”며 이런 현상은 “패션계가 가을겨울 들어 복고무드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복고 바람이 코트에도 다소 깡총한 느낌의 짧은 길이에 입체재단을 통해 고전적인 아우라를 부여하고 있다는 설명.
LG패션 모그 디자인팀 김은정 팀장은 “모피와 알파카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다채롭게 활용해 풍성한 느낌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 소매나 품에 라인을 넣어 독특한 볼륨감을 넣은 것들이 올 겨울 코트의 대세”라고 말한다. 결국 복고와 볼륨이 겨울 코트 트렌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셈. 형태적으로는 짧고 둥근 소매와 넓은 칼라, 벨트로 강조된 허리선, 폰초 스타일 등이 체크 포인트다..
소매, 짧을수록 멋지다
올 겨울 코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짧은 소매다. 보통 코트 소매는 속에 입은 옷을 충분히 가려주고 방한 기능도 높이기 위해 손등을 1/3 정도 가리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올해는 50,60년대 스타일의 7부 소매는 기본, 팔꿈치에서 잘리는 5부 소매까지 다채롭게 출시돼 소매길이만으로도 2007년식을 한눈에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소매 폭은 한껏 부풀려져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퍼프소매처럼 표현하거나 어깨선 밑으로 내려온 품선을 따라 폭넓은 일자형 7부 소매를 주름을 잡으며 덧대 볼륨을 준 것 등이 많이 등장했다. 어떤 식이든 안에 입는 니트나 블라우스 소매가 밖으로 노출되면서 겹쳐입기 효과를 연출하는 것이 흥미롭다.
코트 소매가 짧아지다 보니 길이가 긴 가죽장갑이 코디 아이템으로 부상한 것도 눈길을 끈다.
왕 옷깃, 나폴레옹이 부러울까
옷깃도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밀리터리룩의 영향으로 커다란 금속단추와 견장 등의 디테일이 많이 쓰이면서 옷깃도 나폴레옹의 군복차림에서 볼 수 있는 크고 활짝 젖혀진 라펠, 흡사 코트와 같은 소재의 숄을 두른듯한 커다란 쇼올 형태, 오글오글 끝부분에 주름을 잡아 여성스럽게 표현한 둥근 플랫깃 등이 대표적이다.
허리선, 벨트로 살린다
두툼한 겨울외투이지만 벨트를 묶어 허리선은 충분히 날렵하게 강조하는 것도 유행이다. 허리를 묶는 기본형 코트는 미니스커트와 부츠와 함께 연출하면 날렵하고 여성스러운 멋을 내는 데 그만이다.
보통은 본판과 같은 소재의 벨트를 사용하지만 폭이 넓은 벨트는 코트 본판과 동색 계열이지만 소재는 다른 것을 사용해 톤온톤(tone-on-tone)의 세련되고 이지적인 느낌을 살려주기도 한다.
폰초, 귀엽거나 세련되거나
허리나 엉덩이 길이의 깡총한 폰초(poncho)나 망토(manteau) 스타일이 겨울외투로 새롭게 주목받는 것도 눈길을 끈다. 폰초는 중남미 원주민의 전통의상으로 앞이 막힌 형태이고 망토는 어깨에 걸쳐입으며 앞이 열린 형태다.
무릎길이 크롭트 팬츠와 부츠 차림에 곁들인 체크무늬 폰초는 클래식하고 귀여운 느낌을 자아내고, 검정색의 두꺼운 니트나 모직으로 만들어진 재킷형 망토는 세련된 블랙 미니멀리즘을 구사하는 데 제격이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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