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데 나이가 어디 있어. 내년엔 꼭 대학생이 될 거야.”
지난해 8월과 올 5월, 각각 고입 및 고졸 검정고시에서 전국 최고령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권춘식(78ㆍ사진)씨가 16일 치러진 2007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도 도전했다.
1928년 5월 22일생으로 희수(稀壽ㆍ77세)를 넘긴 권씨는 경북 영주시 상망동 영광고교에서 손주 뻘 되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렀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면 한학자이셨던 부친에게 배운 한문학을 깊이 공부해 보고 싶다”며 “철학과나 한문학과에 진학해 인문학을 연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943년 보통학교 졸업 뒤 농사일을 해 온 권씨는 지난해 초부터 대입 도전에 나섰다. 유년시절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 영주시내 야학의 문을 두드렸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녁에는 수업을 듣고 낮에는 예ㆍ복습을 반복해 1년 남짓한 시간 만에 고졸 학력을 취득했다.
손수 운전을 하고 인터넷과 휴대폰을 잘 사용해 마을에서 ‘독거 젊은이’로 불리는 그는 “꼭 대학에 들어가 4년 뒤에는 학사모를 쓸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날 수능시험의 최연소 응시자 기록은 최은혜(12)양이 세웠다. 전북 전주시 양지초등학교를 졸업한 최양은 4월 고입 검정고시를 최연소로 통과했고, 8월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규교육 대신 검정고시를 택한 최양은 “책을 늘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사서직 공무원이나 교수가 되고 싶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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