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보도자료는 매우 중요하다. 취재원의 동향과 생각, 중요 이슈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정보가 보도자료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도 자료 내용을 충실히 전하는 것이 맞을 때가 있고, 정 반대로 이를 뒤집어 보도하는 것이 진실 전달을 위해 올바를 때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를 해석하는 것은 전문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언론의 몫이다. 여기에는 책임과 권한, 양 측면이 모두 개재된다. 다만 보도자료는 홍보 수단의 핵심이자 시작이고, 그 목표는 홍보 대상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임은 분명하다.
■언론은 보도자료에 의존해서도 안 되고, 이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일할 수도 없다. 특히 정부의 보도 자료에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 의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언론이 보도자료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 지나친 의존이 우려되는 결과를 밝히고 있다.
몇 년 전 국내의 한 연구는 한국 일간신문 기사의 3분의 2 가량이 언론의 직접 취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의존도가 80%까지 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에서는 선거 때 후보 측의 보도자료가 기사화되는 실태를 추적, 자료 내용의 60% 쯤 전달된다는 통계를 제시한 연구도 나와 있다. 보도자료와 기사의 연관성을 이런 수치로만 따지는 것이 반드시 적정한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언론과 홍보 주체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두 말이 필요없다.
모든 것의 존재 양식이 매체에 의해 결정되는 미디어 시대는 지금 절정에 달해 있다. 홍보는 애당초 전략적 목적을 갖기 마련이고, 대중에 도달하기까지 대중매체를 거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이다.
■홍보 중 가장 중요한 영역은 국정 홍보이다. 정책을 두고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부정적 영향이 생기면 피해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홍보가 모든 것에 앞서는 만능일 리야 없다.
정책이 올바른 것이어야 홍보도 자연스럽고, 설득과 이해도 쉽다. 현 정부가 홍보를 최우선 시책에 놓고도 오히려 그 바람에 파열음을 내는 것은 홍보의 역설이다. 주력 홍보 수단인 청와대 브리핑이 지금 집 값 파문에 휩싸인 것은 홍보의 실패사례 연구 감이다. 보도자료를 뒤집어 쓰는 것이 맞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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