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한 선수 소집과 무리한 선수 차출 강행, 그리고 코칭스태프도 뿔뿔히 흩어져….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인 자존심 싸움에서 고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15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2차 예선 B조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후반 3분과 46분 연속골을 내주며 0-2로 완패했다. 한국은 B조에서 3승2무1패(승점11)로 이란(4승2무ㆍ승점14)에 조 1위를 양보하며 2위로 내년 7월 말레이시아 등 4개국에서 공동 개최되는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1977년 이후 29년간 이란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한 징크스도 깨는 데 실패했다.
예고된 ‘재난’이었다. 지난 7일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첫 소집훈련을 가진 베어벡호는 K리그 플레이오프 일정과 겹쳐 베스트11이 제대로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다.
이란 원정을 앞두고 팀 분위기는 더 뒤숭숭해졌다. K리그 챔피언결정전(19일)에 출전해야 하는 김두현, 김용대(이상 성남), 조원희(수원)를 원정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K리그를 희생시켰다’란 거센 비난에 직면, 팀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홍명보 코치가 올림픽대표팀 감독 대행으로 원정길에 동행하지 못하는 사이 압신 고트비 코치마저 이란행 입국이 거부되면서 베어벡호는 코치없이 경기를 치러야만 하는 악재가 겹쳤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베어벡호가 아시아의 강호 이란을 상대로 내세운 전략은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이천수의 프리킥이 터지기 전까지 45분간 베어벡호가 시도한 슈팅수는 ‘0’. 그 동안 이란은 무려 8차례의 슈팅을 퍼부으면서 일방적인 경기 흐름을 가져갔다.
실점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란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시작 3분 만에 에나야티가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어받아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것. 베어벡 감독은 실점 이후에도 이렇다 할 교체 카드를 내놓지 못하다 후반 30분께 측면 공격수 염기훈(전북)을 투입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수비 집중력이 흩어지면서 바다마키에게 추가골을 허용, 0-2로 패했다.
이란전 완패로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베어벡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챔피언결정전 출전 선수들의 차출 강행 등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란전에 나선 베어벡 감독은 또 한번 졸전을 펼쳤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게 됐다.
한편 일본은 삿포로돔에서 열린 A조 최종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3-1로 꺾고 5승1패(승점 15)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차에서 뒤져 조2위를 본선에 나가게 됐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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