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최하는 학생 대상 과학경진대회에서 서울시교육청연구관이 대리 작품을 출품, 입선작으로 선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부정 작품으로 수상한 학생 중 다수가 대입 특별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경진대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입 확률 높은 대리발명품 장사
김모씨는 서울 강남 B고에 다니던 2000년 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과학전람회에서 ‘생이가래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조사’라는 연구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씨는 학교 성적이 중하위권이었지만 입상 덕에 2년 뒤 연세대 공대 특기자전형(수상경력 60% 반영)에 합격했다.
그러나 연구물은 그의 작품이 아니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과학교사이자 현재 서울시교육청 김모(51) 연구관이 만들어주었다. 김 연구관은 김씨 부모에게 “경진대회에서 상을 타면 대학 입학이 쉬어진다. 돈은 좀 들지만 아까울 게 뭐가 있냐”며 접근했다. 그는 연구물을 대신 작성해주고 5,000만원을 받았다.
1998년엔 당시 서울 E외고생 김모(여)씨 부모한테 3,700만원을 받고 대리작품을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출품해 입상토록 했다. 김씨 역시 연세대 특기전형에 합격해 아무 탈없이 졸업했다. 김 연구관은 자신의 아들 딸도 같은 방법으로 연세대에 진학시켰다.
2004년에는 서울 B고 1학년 김모양 부모에게 ‘소방 훈련용 물소화기 및 빗물 정화기’라는 대리발명품을 만들어주고 1억2,300만원을 받는 등 학부모 2명으로부터 1억3,8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94년부터 김 연구관이 대신 만들어준 것으로 의심되는 것만 16건”이라며 “대부분 강남의 부유층 학부모가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비과학적인 과학발명품 심사
김 연구관은 일부 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특기자전형 지원 자격이라는 특혜가 주어지는데도 과학발명품경진대회 등의 심사과정은 허술했다. 심사위원은 미리 작품설명서를 읽어본 뒤 심사 당일엔 출품자를 2~3분 면접하는 것으로 끝냈다. 대리출품은 물론 위작(僞作), 모작(模作)도 가려내기 어려웠다.
이번에 문제가 두 대회에선 매년 수상자 486명이 배출된다. 김모(45ㆍ여)씨 등 일선 교사 8명은 김 연구관의 부탁을 받고 경진대회 지도교사로 이름을 올려줬다.경찰 관계자는 “김 연구관이 교감 승진 때 도움을 받기 위해 788만원을 유인종(72)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준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연세대 입학관리처장은 “다른 곳도 아니고 정부가 주는 상이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안 그래도 입상자 전형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 신춘문예 당선자나 올림피아드 입상자 등을 제외하곤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문제가 된 학생에 대해선 법원 판결이 나면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김 연구관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학부모 3명과 지도교사 8명, 유 전 교육감은 불구속 입건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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