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또 다시 내놓은 15일 증시는 살짝 웃었다. 과거 경험상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증시, 8ㆍ31만 같아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8ㆍ31 대책 발표 이후 한 달여 동안 코스피는 약 15% 상승했다. 올해 3ㆍ30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약 10% 가량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국증권 강문성 연구원은 “물론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규모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대책 발표 이후 증시가 상승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만 해도 시장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 상승 요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승세의 물꼬를 트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때마침 14일 코스피가 6개월 만에 1,4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15일에도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와 대형 기술주들의 선전으로 장 후반으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해 1,410선 위로 올라섰다.
이날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업종 중에서는 은행주와 건설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 지역 확대 소식에 약세를 보여 은행업종 지수가 1.26% 떨어졌다. 반면 분양가 관련 규제강화 우려로 장 초반 약세를 보이던 건설주는 정부의 대책이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에 힘입어 오름세로 돌아서 업종 지수가 1.64% 올랐다.
●부동산 영향은 적어
하지만 ‘부동산 억제=증시 상승’이라는 견해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증시의 강세가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 요인을 부동산에서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과 주식이 대체재 관계에 있고 부동산 대책이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보는 견해는 대단히 원론적 이야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과도해 아직까지는 투자심리나 돈줄을 증시 쪽으로 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며 코스피가 1,400선을 넘었던 14일에도 거래량이 별로 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지적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물가와 금리를 통해 이어지던 부동산과 증시의 연결고리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며 ‘자금 U턴론’의 설득력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의 효과에 대해 “증시의 관점에서 집값이 잡히고 투기 열풍이 차단되면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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