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집값 이상급등 현상을 불러온 주범은 고분양가와 공급물량 부족, 서울 강남 지역 등에서 촉발된 ‘풍선효과’ 로 집약된다. 정부는 15일 이 같은 3대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서민들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한 ‘11ㆍ15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부동산 대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책이 불붙고 있는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는 ‘묘책’이 될 수 있을 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분양가는 내려갈까
판교 1,800만원, 은평 뉴타운 최고 1,500만원, 파주 한라비발디 1,300만원. 최근 분양됐거나 분양 예정인 지역들의 아파트 평당 분양가다. 판교는 정부가 없애려던 분당의 ‘거품’을 오히려 분양가에 반영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은평 뉴타운과 파주 한라비발디는 주변 지역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공공주택의 임무를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11ㆍ15대책’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공공 택지 내에서 이 같은 고분양가는 구경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택지 조성원가 인하, 용적률 상향조정, 사업기간 단축을 통해 분양가를 25%까지 낮춘다는 정부의 목표가 실현될 경우 분양가 인하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주택자 및 서민 등 실수요자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은 민간아파트 분양가 인하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성수동에서 분양하는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평당 3,200만원대 분양가가 말해주듯 민간아파트의 고분양가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다음으로 미뤘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공아파트 분양가가 정부 목표만큼 낮아질 수만 있다면 연쇄적인 집값 하락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지금보다는 쉬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집구하기 쉬워질까
정부가 수도권 집값 급등에 대응, ‘11ㆍ3대책’에 이어 ‘11ㆍ15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은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서민의 강렬한 분노였다. 정부의 말을 믿고 내집 마련을 연기해온 대다수 서민들의 꿈은 무참히 무너졌다. 전셋값 상승폭을 감당하지 못해 쫓겨난 서민들도 부지기수다. 설상가상으로 물량이 부족해 웃돈을 주더라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직을 걸고 집값을 잡겠다”던 청와대와 관계부처 핵심 인사들은 공적(公敵)으로 몰려 줄줄이 사퇴해야 했다.
이번 대책은 지상에 방한칸을 간절히 희망해온 서민들에겐 약간의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주택 공급물량도 상당수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수도권 공급 로드맵’ 대로 서울 외곽 지역에 80만호 이상의 신규 주택이 지어지고, 다세대ㆍ다가구 주택,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요지에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은 요원해보인다. 이번 대책은 수도권 외곽 지역의 물량 확대에 집중돼 강남 등 버블세븐지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강남 잡을 수 있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역설은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오히려 강남 주민의 평가차익만 높여줬다는데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 10월까지 ‘강남3구’로 지칭되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67.6~68.3%에 달해 서울(35.9%)과 전국(23%)의 상승률을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강남의 집값 급등 현상은 또 한번 ‘강남 불패’의 신화를 확인시켜줬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집값을 연쇄 상승시키는 ‘풍선효과’까지 유발했다. 이 때문에 강남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공급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필요한 카드가 11ㆍ15대책에 포함될 지 여부도 관심을 모았다. 결론적으로 강남대책은 없었다.
강남과 관련한 내용은 송파신도시 공급물량을 3,000가구 늘리고 수원 광교신도시의 분양 일정을 3개월 앞당긴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2009년에야 분양이 시작될 송파신도시 공급 물량 확대는 심리적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광교의 경우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지역인지 여부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내년 발표 예정인 ‘분당 규모 신도시’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강남 철옹성’을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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