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을 보면 로맨스 영화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 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글래디에이터> 의 러셀 크로가 만났다면. 도무지 로맨스 영화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런 조합은 관객으로 하여금 반신반의하는 기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 블레이드>
맥스(러셀 크로)는 순식간에 수 백만 파운드를 벌어대는 영국 증권가의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다. 그가 돈과 성공 밖에 모르는 냉철한 인간이며 워커홀릭이라는 점은 젊은 나이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셈이다. 어느날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어린 시절 자신을 길러 준 삼촌 헨리(앨버트 피니)가 세상을 떠나 그가 남긴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거대한 저택과 와인농장을 물려받게 됐다는 것이다.
와인 농장에 전혀 관심이 없는 맥스는 하루라도 빨리 유산을 처분하기 위해 프랑스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삼촌과 함께 와인을 만들며 살아온 가족 같은 고용인들이 있고, 집안 구석구석은 삼촌과 함께 했던 유년시절의 추억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맥스는 우연히 마주친 웨이트리스 페니(마리옹 코틸라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데, 그 사이 헨리 삼촌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크리스티(애비 코시니)가 미국에서 찾아온다.
영화는 이쯤에서 견적이 나온다. 인정이라고는 털끝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영국의 증권가와 프랑스의 여유로운 와인 농장을 대비해 보여주며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은근히 강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황금빛 태양으로 물든 와인 농장과 고즈넉한 시골 풍경은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안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상투적인 이야기 전개는 관객들이 거장 감독에게 걸었던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김이 빠진다.
원제 는 ‘어느 멋진 해’라는 뜻이지만 와인 용어로는 ‘최고의 포도품종이 생산되는 해’를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시간의 흐름도 ‘빈티지’(Vintage, 포도가 수확된 연도)라는 단어를 사용해 와인 애호가들을 자극한다. 다만 영화의 아쉬운 점을 와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피니시’(Finish, 와인을 마시고 났을 때 남는 여운)가 그다지 깊지 않다는 것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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