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간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대규모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이라크 경찰은 14일 오전 시아파로 추정되는 군복차림의 괴한들이 바그다드 시내 이라크 고등교육부 산하 정부연구소에 침입해 연구원과 직원, 방문객 등 150여명을 납치해 달아났다고 밝혔다. 이는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이후 사상최대 납치 사건이다.
이라크 교육부는 정확한 납치 인원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최소 100여명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정보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납치된 피해자 중 3명이 바그다드 팔레스틴가에서 발견됐으며 모두 무사했다고 밝혔다. 또 사건 발생 당시 지역 경찰들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목격자의 말에 따라 지역 경찰 책임자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무장 괴한들은 20여대의 소형 트럭을 이용했으며 4층짜리 연구소 건물에 침입한지 15분도 안돼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괴한들은 침입 후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남자들에게만 수갑을 채운 뒤 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라크 경찰은 무장 괴한은 80여명인 것으로 파악했으며 범행 단체와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터지자 이라크 의회의 교육위원회 알라 마키 위원장은 TV로 중계되던 의회 회의 도중 이 사실을 알리고 곧바로 ‘국가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바그다드 내 대학들은 곧 바로 휴교에 들어갔으며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수강과 강의를 전면 금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 정부가 괴한들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시아파 무장 세력을 이번 납치사건의 주범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수니파 학자들에 대한 암살사건이 이어졌고, 경찰이나 군복을 훔쳐 이용했다는 점에서 시아파 무장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납치된 사람들이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인데다 현 교육부 장관이 수니파 정당 출신이라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들어 이라크 정부 연구소와 학술기관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공격과 납치 목표가 돼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수니파 학자들이 암살을 당하는 사건이 늘어났으며 미군 점령 후 155명의 이라크 이슬람 학자들이 죽음을 당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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