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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고공상승 한국경제 日 잃어버린 10년 '복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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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고공상승 한국경제 日 잃어버린 10년 '복사판'?

입력
2006.11.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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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의 부동산발(發) 장기불황에 빠질 것인가.

국내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거품붕괴 논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직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처럼 주택가격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결국은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 美 칼럼니스트 페섹 주장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저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14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위기에 한국이 직면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일본에게 교훈을 줬던 한국이 이제는 일본이 저지른 과오를 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섹은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일반적 환경을 지적하면서 특히 부동산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원화 강세와 고유가, 그리고 부동산 투기가 아주 나쁘게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한국 경제는 90년대 일본을 괴롭혔던 것과 아주 흡사한 늪에 빠질 위험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페섹은 “집값 상승이 걱정된다”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언급하며 “부동산값 폭락은 경제에 치명타이다. 더욱이 중국이 과열진정을 위해 노력하고 미국 역시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 타이밍도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적으로 한국이 일본 신드롬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살얼음을 밟고 있다”는 저명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의 경고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해 엇갈리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거품론의 근거는 대체로 소득 대비 높은 주택가격,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의 급락 등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이 높은 가격과 극도의 거래 부진을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거친 뒤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올 5월 보고서에서 “가구 소득과 비교한 주택가격 수준이 90년대 초 주택가격 급락 직전 수준에 이미 근접해 있다”며 거품 붕괴를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지금 한국 경제는 일본의 80년대 중반과 비슷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여러 자산에 거품이 조금씩 형성되는 초기 국면”이라며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에 충격을 줄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다행히 현재 국내 시중유동성 증가가 완만해 일본과 같은 빠른 거품 형성과 충격적 붕괴 가능성은 낮다”며 “그렇지만 과도한 거품 형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통화정책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 주택매매가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1996~2005년 10년간 29% 상승했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경험한 일본이나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같은 기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남의 경우 일부 거품이 형성되어 있을 수 있지만 전국 주택가격은 정상적인 궤도를 크게 이탈하지 않았고 전국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성호 동부증권 상무도 “향후 2,3년 간 강보합 이상의 주택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우위의 수급구조에다 저금리, 그리고 내년 국내외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며 집값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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