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정보기술(IT) 분야가 변화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속도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역작인 ‘부의 미래’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여러 자동차의 속도에 사회 각 분야별 변화를 빗대어 표현했다. 시속 100마일로 질주하는 자동차는 기업이다. 스스로 빠르게 움직이며 사회의 다른 부문의 변혁을 주도한다. 시민단체는 시속 90마일, 가족은 시속 60마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조직과 규제기관은 25마일, 학교는 1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보다 더 느리게 변하는 것은 정부간 국제기구와 경제부국의 정치조직으로 변화의 속도가 각각 5마일, 3마일이다. 1마일의 속도로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것은 다름 아닌 법이라고 한다. 적절한 그의 비유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IT분야도 마찬가지다. IT분야를 이루는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 등 다양한 기관들이 각기 변화하는 속도가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통방융합 문제다. 기업들은 디지털 융합 경향에 맞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인터넷TV(IPTV) 등 통신과 방송이 합쳐진 융합 제품과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는 제도는 통신과 방송으로 분리돼 갈등이 생기고 있다. 기업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규제기관, 법 등의 현실이 잘 드러난 사례이다.
사실 규제기관이나 법 등이 변하는 속도가 기업보다 빠르기는 힘들다. 시장이 생긴 후 필요에 의해서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속도 차이로 생기는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과 법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그 간격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최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통합위원회 안을 내놓는 등 통방융합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속도의 차이를 줄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나가는 정책을 통해 이중규제 문제나 IT산업 육성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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