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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아픈 역사 돌아보는 '순국선열의 날'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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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아픈 역사 돌아보는 '순국선열의 날' 됐으면

입력
2006.11.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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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서 험난한 역사를 견디어 내고 살아남은 대표적인 민족을 꼽으라면 유태인을 들 수 있다. 유태인은 수천 년을 나라 없는 민족으로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압제와 박해 속에 살다가 20세기 초반에는 나치에 의해 600만 명이 이유 없는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유태인들은 이스라엘을 건립한 후에는 성금을 모아 선조들이 감당해야 했던 희생을 사실 그대로 기록해 놓은 역사관 '야드바셈'을 건립했다고 한다. 그리고 야드바셈 입구에는 과거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다시는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용서하자 그러나 기억하자'라고 표기해 놓고, 이를 통해 나라의 소중함을 되새긴다고 한다.

과거 우리 민족에게도 이와 흡사한 시련의 세월이 있었다. 오천년의 역사 중 유일하게 타국에 의해 지배를 받았던 설움의 세월 35년,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된 이후 우리는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타국을 떠돌아다니며 고초와 시련의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처럼 암담하던 시절 우리에게 끊임없이 민족혼을 일깨워주고 광복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분들이 계셨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머나먼 타국 땅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오로지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신념 하나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으셨던 애국선열,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암흑의 세월 속에서도 광복에 대한 희망을 키워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분들 중 대다수는 꿈에도 그리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낯선 타국 땅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가 광복을 보지도 못한 채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의 위훈을 기리고 이 분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193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는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추모행사를 개최하였다.

과거에는 순국선열의 날 행사를 광복회, 순국선열유족회 등 민간단체가 주관하여 왔으나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범국민정신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계승ㆍ발전시키기 위하여 97년부터는 순국선열의 날을 정부기념일로 공포하고 정부 차원에서 기념식과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 할 수 있는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역사적 비극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다. 숨기기보다는 드러내 놓고, 아프지만 기억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야드바셈을 통하여 국가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전한다면 우리는 순국선열의 날을 통하여 국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망국에 통한하던 순국선열들의 절규가 느껴지는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그분들의 숭고한 뜻을 가슴깊이 되새겨보자.

정일권 서울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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