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남자직원에게 연정을 품은 사실이 드러나 그 부인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사직서를 낸 정부기관 연구원이 법정 싸움 끝에 복직하게 됐다.
1992년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농림부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된 A(여)씨는 일과 학업을 병행, 97년에 박사학위를 받는 등 성실하고 능력 있는 직원이었다. A씨는 그 사이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A씨의 삶은 2005년 초 같은 팀에 이모 연구원이 부임하면서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이씨는 A씨와 같이 출장을 다녀온 후 시, 자신이 찍은 사진 등을 이메일로 보냈고, A씨에게 손수 만든 하트 모양의 비누 등을 선물했다. A씨도 이씨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됐고, 이씨에게 이메일로 연애편지를 보냈다.
그러다 이씨의 부인이 우연히 이 이메일을 보게 됐다. 화가 난 이씨 부인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과 다시 만나면 살려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이씨의 부인은 A씨의 소속기관에도 “A씨를 인사조치 하지 않으면 청와대 등에 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소속기관은 A씨에게 사표제출을 종용했고, A씨가 낸 사표는 1시간 만에 수리됐다.
하지만 다음 날 A씨는 자신이 낸 사표는 진의가 아니었다며 사표제출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소속기관은 이미 사표가 수리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종관)는 14일 A씨가 자신의 소속기관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 부인의 협박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도 상당히 겁에 질린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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