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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동 벌집촌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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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동 벌집촌 '추억 속으로'

입력
2006.11.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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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공단 여공들이 몰려 살던 ‘벌집촌’이에요. 차츰 주변이 IT(정보기술)첨단 디지털단지로 바뀌면서 지금은 사실상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죠. 그 섬이 ‘오아시스’처럼 변할 겁니다.”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 시장. 구로구청 발전기획단 정환명(43)씨의 설명이 쉴새 없다. 그는 1960,70년대 산업화의 성장 엔진이었던 가리봉동 벌집촌이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껏해야 2,3평에 불과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벌집들은 당시 여공들의 애환을 오롯이 담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첨단기술단지로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좁디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주택마다 ‘월세’ 딱지가 붙어있다. 최근 빈 집이 부쩍 늘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시장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최모(56ㆍ여)씨의 목소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옛날 생각이 나요. 하지만 이왕 (개발)하게 된 만큼, 멋지게 만들어야죠. 그래야 이곳을 고향이라 여기고 살아온 사람들도 보람을 느끼지 않겠어요?”

이 지역 개발 밑그림은 이미 완성됐다. 가리봉동 125 일대 ‘가리봉 1도시환경정비구역’에 대한 도시환경 정비사업(옛 도심 재개발 사업)의 시행자로 지난 8일 대한주택공사가 지정, 고시됐다.

8만 2,400여 평의 촉진지구에 대한 사업실행 전략과 개발계획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고, 2013년이면 컨벤션센터와 벤처지원센터 등의 업무 시설과 백화점, 호텔 및 영화관 등 상업ㆍ문화시설 등이 조성된다. 또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4,900세대)도 대거 들어선다.

2002년 이름이 바뀐 디지털산업단지(3개 단지 6,000여 업체)는 종전 제조업 중심의 산업 대신 IT와 첨단 벤처산업이 차지했다.

하지만 가리봉1동사무소 근처에서 만난 조선족 정모(43ㆍ여)씨의 표정은 밝지 만은 않다. “여기를 떠나야 하는데 마땅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현재 살고 있는 6,200여 세대 가운데 90%가 넘는 세입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구와 구민들은 의무 사항인 법정 주민설명회 외에도 4번의 추가 설명회를 가지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구로구청 문대열(53) 개발사업담당관은 “디지털단지 5거리에서 영일초등학교의 남부순환로 고가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1만 여 평의 대규모 공원을 지을 것”이라며 “이제 구로는 서울 서남권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구로디지털단지로 확장사업이 ‘달라질 가리봉’ 대역사의 서막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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