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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독립영화관' 폐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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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독립영화관' 폐지 유감

입력
2006.11.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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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유일한 독립영화 전문 프로그램인 이 곧 폐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됐으나, 결국 정규 편성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향후 월 1회 방영을 고려하겠다지만 이는 곧 폐지나 다름없다.

이 어떤 프로그램인가? KBS의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9월14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은 2001년 5월4일 이란 이름으로 KBS 2TV에 처음 정규 편성됐고, 이후 국내외 단편ㆍ중편ㆍ장편 독립영화에서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총 450편이 넘는 다양한 영화를 방영해왔다.

얼마 전 연세대 캠퍼스에 독립영화 전문상영관이 문을 열긴 했지만, 최근까지 은 단편영화,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 거의 유일한 배급과 상영의 통로였다고 할 수 있다. 은 작가주의 영화와 저예산 상업영화 등 질적 수준이 높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임으로써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항상 새벽 1시가 넘어서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하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데도, 대부분의 시청자들과 언론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정작 지난 몇 달 동안 KBS에 대한 우리의, 그리고 언론의 관심은 차기 사장 선임 문제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대표성과 상징성 때문에, 그리고 아마도 더 중요하게는 그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KBS의 사장이 누가 되느냐 못지않게 이라는 프로그램의 존재도 KBS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KBS가 도대체 얼마나 공영방송다운지, 그 '공영성'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지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다. 엇비슷한 포맷의 영화 정보 프로그램들이 판치는 지상파 방송의 주말 낮 시간대를 보면 어떤 방송사를 진정한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지 판단은 자명해진다.

특정 영화를 마케팅하기 위해 배급사가 만들어 배포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홍보성' 짙은 영상들로 채워진 프로그램을 '영화 정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파는 채널과,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문화다양성의 증진을 위해 좋은 '독립영화'를 어떻게든 방영하려고 애쓰는 채널을 비교할 때 과연 시청자들은 어느 채널을 더 공익적이라고, 어느 채널이 더 공영성이 강하다고 판단하겠는가. KBS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 그리고 편성의 현장에서 앞장 서서 문화다양성을 담보해야 할 공영방송 KBS가 여전히 시청률이라는 잣대에 매몰돼 오히려 획일적인 취향만 강요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현실-즉 다양한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대신 지극히 제한된 수와 종류의 대중영화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금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시대의 참다운 공영방송의 모델은 오히려 EBS가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은 KBS가 아닌 EBS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EBS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파행을 겪고 있으며, 2002년 당시 대표적 영화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던 <단편영화극장> 을 폐지한 원죄가 있다.

개인적으로 EBS의 <단편영화극장> 첫 회에 방영됐던 '비 오는 날의 부침개'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갖고 있는데, <단편영화극장> 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단편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고정 시청자들과 영화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단편영화극장> 이 폐지되는 바람에 공영방송으로서 EBS의 정체성은 적잖이 훼손됐다.

그랬던 EBS가 매년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그 기간에 종일 다큐멘터리만 방송하는 등 새 면모를 갖춘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와중에 KBS는 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과연 우리 시대의 진정한 공영방송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지 막막해진다.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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