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사업 성장의 원동력입니다."
대화제약의 김운장(61) 대표는 제약업계에서 소문난 '덕장(德將)'이다. '남에게 명령하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운전기사도 두지 않고 있는 김 대표는 주말이면 100~200㎞의 장거리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손수 한다. 김 대표가 주말을 보내는 곳은 강원도 횡성의 공장. 하지만 단순한 공장 방문 목적이 아니다.
그는 3년 전부터 공장 주변에 500여평의 텃밭을 꾸며 봄부터 가을까지 부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밀집모자를 쓴 김 대표 부부의 모습은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김 대표 부부가 농약 없이 지은 무공해 배추, 무, 파 등은 90명이 넘는 횡성 공장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그는 "채소 값이 비싼 김장철에 무공해 채소를 나눠주면 직원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며 "요즘에는 직원들과 직원 가족들까지 농사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과의 유대감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공장에 내려가면 청소 같은 허드렛일도 함께한다. 술은 잘 못해도 직원들과의 술자리는 마다하지 않는다.
1984년 대학동기(성균관대 약학과)들과 함께 대화제약을 설립한 김 대표는 이처럼 직원들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사장님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냉철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최고경영자다.
올해는 김 대표의 결단성이 유난히 돋보인 한 해였다. 패치, 파스류로 유명한 관계사인 DSNG를 합병했고, 대화제약과 옛 DSNG의 연구소, 계열사인 씨트리의 연구소를 통합한 연구소를 판교 벤처 타운에 36억원을 들여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8년이나 동거해오던 DSNG 인수ㆍ합병은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김 대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대화제약은 300억원 대이던 매출을 올해 500억원대로 키우고 2010년에는 1,000억원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처럼 70여개나 되는 의약품을 백화점식으로 다 만들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며 "회사 규모를 키우고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들을 개발해 이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김 대표의 의지 덕에 '탁솔'이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먹는 항암제 파클리탁셀 DHP107은 연말까지 미국에서 전임상이 통과될 전망이다.
또 류머티스성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려진 계열사 씨트리의 면역억제제들도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물질특허를 얻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사장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럼 없이 농담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며 "직원이 함께 행복을 느끼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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