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930원 선이 무너지는 급락세를 보였으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1원 오른 935.1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권 통화의 동반 강세의 영향으로 오전 중 929.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5월8일의 927.90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 초반 930원 선이 힘없이 무너지자 재정경제부가 곧바로 구두경고를 하고 나섰다. 허경욱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일방적인 환율 하락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기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 듯하며, 환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오랜만에 시장개입을 시사했다. 이후 당국이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등장하자 환율은 상승세로 돌아서 930원대를 회복했다.
환율은 지난달 9일 북한의 핵실험 소식으로 963.90원까지 급등한 뒤 한달 동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환율 하락세는 미국이 경제둔화를 우려해 금리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반해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며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 상승 대책으로 콜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예상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날처럼 외환당국이 종전의 관망자세를 수정해 적극 대응에 나설 경우 환율이 연초처럼 급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주부터 이미 미세한 개입에 나서던 당국이 이날 적극적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며 환율을 단숨에 933원 선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은행 구길모 선임딜러는 "당국 개입강도는 올 봄 이후 가장 인상적인 수준이었으며, 일단 환율급락 심리를 진정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3일 정도 안정세가 유지되고 이후 945원 선을 회복한다면 수출기업의 불안심리를 안정시켜 통상적으로 연말에 나타나는 원화강세 현상도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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