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두고 은행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감독에 나서자 우리은행이 9일부터 선제적으로 우대금리를 줄이는 형태로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금리 인상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강한 대출 규제 움직임에 금리 인상의 부담을 지고 있지만, "지난 6월처럼 우리은행의 치고 빠지기에 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 우리은행이 영업점장 우대금리 0.2%포인트 폐지를 발표한 뒤 국민과 신한은행도 0.2%포인트 금리 인상 검토를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상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여부를 시장 상황을 좀 더 살펴본 뒤 판단할 예정"이라며 "일단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실무 선에서 검토 중인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금리인상 발표 후 타 은행들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듯한 분위기였지만, 은행 간의 미묘한 경쟁의식이 발동하면서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감독당국이 규제에 나선 6월에도 우리은행이 가산금리 0.2%포인트 인상을 가장 먼저 발표해 시중은행들이 뒤따랐다. 하지만 우리은행만 한 달여 뒤 곧바로 금리를 다시 낮춰 원상 회복시켰다. 국민, 신한 등은 당시 금리를 0.2%포인트 올린 뒤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금리 경쟁력에서 우리은행에 한발 밀리게 된 셈이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폐지하는 영업점장 우대금리도 실은 5월께 폐지했다가 지난달 초 부활시킨 것을 다시 폐지하는 것이서 타 은행과 비교하면 금리 인상 효과는 사실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금융당국 분위기에 맞춰 내린 것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올해 주택담보대출시장 확대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다른 은행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리은행의 올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7,361억원으로 국민(2조6,053억원)과 신한(3조 8,545억원)을 두 배 가까이 앞지른다.
금리 인하를 주도하며 시장을 휩쓴 결과다. 증가율로 따지면 국민은행이 4.35%에 불과한 데 반해 우리은행은 35.25%로 기록적인 성장세다.
감독당국 입장에서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유도한 장본인이 우리은행인 셈이지만, 우리은행은 "정부 정책에 호응한다"며 금리도 가장 먼저 인상하며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를 부른 장본인이 시장을 싹쓸이한 뒤 빠져나가 규제의 피해는 우리가 다 보는 셈"이라며 불평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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