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이 빠진 곳엔 새로운 공간이 생겨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가드들이 빠진 틈새엔 치명적인 패배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2006~07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1라운드. 태극마크를 달고 빠져나간 선수들의 포지션에 따라 각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장훈 없는 삼성, 김주성 빠진 동부-신나는 연승 행진
농구는 ‘센터놀음’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센터가 팀을 떠났는데 오히려 성적이 좋아졌다. 지난 6일 대표팀 소집 이후 삼성은 2연승, 동부는 3연승이다.
삼성은 서장훈 때문에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스피드 농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민첩한 가드 강혁과 네이트 존슨이 펼치는 ‘투맨 게임’이 위력을 떨치는 데다 송태영 이원수 등이 몸 사리지 않는 수비로 상대 공격을 끊는다.
동부 역시 김주성과 자밀 왓킨스의 ‘트윈 타워’는 붕괴됐지만 ‘전천후 플레이어’ 앨버트 화이트에 손규완의 외곽포, 이세범 강대협의 득점 지원까지 조화를 이뤄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대표팀 선수가 빠진 기간 동안 “5할 승률이 목표”라던 삼성의 안준호 감독과 “16경기 가운데 5승만 해도 좋다”던 동부의 전창진 감독은 슬슬 목표를 수정해야 할 판이다.
양동근 빠진 모비스, 김승현 없는 오리온스-비실비실
가장 큰 후폭풍을 맞고 있는 팀은 모비스다. 한때 4연승을 달리던 기세가 포인트가드 양동근이 빠진 이후 2연패로 수그러들었다. 백업 하상윤과 김학섭이 있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속공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비스는 위기를 맞고 있다. 주득점원인 크리스 윌리엄스도 양동근이 빠지자 몸놀림이 예전만 못하다.
오리온스 역시 김승현의 공백이 뼈아프다. 정재호가 ‘대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김승현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긴 무리다. 지난 12일 모비스에 승리했지만 11일엔 하위권에 처져 있던 KT&G에게 맥없이 무너졌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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