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권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로버트 게이츠 신임 국방장관 지명자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미 일부 언론들은 12일 게이츠 지명자가 대화론자임을 부각시키면서 그가 이라크전 및 이란 핵문제 뿐 아니라 대북 정책에서도 ‘럼스펠드식 이데올로기’에서 탈피,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한 전직 관리를 인용, 게이츠 지명자를 ‘북한 및 이란과의 대화 주창자’라고 소개한 뒤 “게이츠 지명자는 북한 및 이란 문제는 물론 테러와의 전쟁과 중동평화, 중국 등에 대한 정책에서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통신은 게이츠 지명자가 2004년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연구팀에 합류, 이란 핵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란과의 직접 대화를 강력히 주장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대화론자’라고 평가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당시 ‘이란, 새로운 접근의 시간’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란 체제가 붕괴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되며 오히려 이란의 ‘불량(rogue)’행동 때문에 이란 실권자들과의 직접 대화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게이츠 지명자가 이란과의 직접 대화를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제시했으며 이란과의 문화적 접촉을 확대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고 전했다.
게이츠 지명자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기록은 없으나 북한 핵 문제 대처에서도 유사한 해법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북핵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경우 게이츠 지명자는 과감한 북미 양자협상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부시 대통령이 게이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미 국무부와 국방부간 갈등과 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북한과의 대화복원과 관련해 기대되는 부분이다.
백악관 관리들은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수개월 전부터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경질과 게이츠 지명자의 등용을 건의했다”고 말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과 게이츠 지명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정권 내에서 매우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다.
그 이후에도 라이스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또는 정보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줄곧 게이츠 지명자에게 자문을 구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라이스 장관이 미 행정부 내에서 상대적 온건파임을 감안하면 게이츠 지명자의 가세로 미 정책의 일관성이 보다 강화될 것이고 그 결과는 대북 협상의 강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시 정권 내에서 럼스펠드 장관을 보호해온 대북 강경파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방부 내에 포진해 있던 체니 부통령의 심복들도 게이츠 지명자의 등장과 함께 국방부를 떠나는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중간선거에서의 공화당 참패와 게이츠 지명자의 등용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퇴조와 함께 공화당이 강경우파에서 중도우파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경우, 민주당원이면서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됐다면서 이들을 ‘네오뎀(neo-Dems)’이라고 부르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이는 양당 이념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제3의 중간지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접전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40명 중 27명이 네오뎀으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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