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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 생명들은 누가 돌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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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 생명들은 누가 돌볼 것인가

입력
2006.11.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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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명절 무렵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기아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것을 보았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데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원하지 않는 출생으로 인하여 버려지고 방치되어 목숨까지 잃게 되는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문제점을 생각하게 한 사건인 것 같다.

● 버려지고 방치되는 혼인 외 출생아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국의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되는 수용아동은 약 1만7,000여명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입양아동의 수는 해에 따라 조금씩의 변동은 있지만 연간 약 4,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해외 입양은 국내 입양보다 단연코 우세하다.

요즘 국내에서도 입양을 많이 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해외 입양이 더 많은 실정이고 이들 입양 대상 아동의 대부분은 비혼모의 자녀라고 한다.

그런데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아동들은 시설에서 양육되거나 정식 입양절차를 거친 아동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비혼모가 직접 낳아서 양육하는 아동을 모두 합치면 우리 사회에서 해마다 출생하는 보호 대상 아동은 매년 수천명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출산을 장려하느라 고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출생한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고심한다는 것은 정말 사회 전체로 보아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 전체가 비혼모 출산 문제를 비롯한 보호대상 아동의 양육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에 이른 것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우리 학교 학생들은 비혼모를 주제로 한 인권영화제를 열었다. 관람을 마친 필자는 어린 학생들의 문제의식과 현실해결 의지가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스웨덴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해서 양육하는 어머니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비혼모수당, 육아수당과 아파트 보조금 등을 지급하기 때문에 비혼모도 출산 후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여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비교적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덴마크의 경우 혼인 외의 자녀라도 아버지를 확인하면 비혼부에게 자녀에 대한 법적 부양 책임을 지운다. 이러한 법적 경제적 책임 때문에라도 남성들도 여성들 못지않게 혼인 외의 자녀를 함부로 가지지 않도록 주의하게 된다고도 한다.

독일의 경우 역시 비혼모와 비혼부의 책임을 법적으로 규제하여 자녀양육비와 생활비등 모든 경제적 책임을 일차적으로 비혼부에게 부과하고 아기양육 지원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모든 정책들이 혼인 외의 자녀 출산을 장려하거나 미화하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일단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혼인 내외를 불문하고 존귀한 존재로서 보호받고 양육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관행을 보면 혼인 외의 출생은 여성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돌려진 경우가 많았다. 혼인 외의 출생을 하게 된 여성들은 윤리적 비난과 사회적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녀를 직접 키우려고 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대부분 어린 나이에 원하지 않은 출산을 하게 된 이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도 찾기 힘들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 하에서 출생한 아이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자라기는 더더욱 힘들다.

● 비혼부 부양 책임, 지원책 강화해야

뒤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한 비혼부의 부양 책임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혼인 외 자녀의 양육을 보조하는 각종 지원책과 보호대상 아동의 지원책을 보다 강화해야 할 때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여 출산을 장려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 탄생한 생명들을 제대로 다 돌보지도 못하고 방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모순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최윤희ㆍ건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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