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파동은 우리 사회에 상처뿐 아니라 긍정적 발전의 계기를 남겼다.
우선 관행과 불법ㆍ부정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했던 연구진실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점을 꼽을 수 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제자 논문 표절 시비로 낙마하고 구관서 EBS 사장 역시 논문 자기 표절로 진통을 겪는 등 연구진실성이 고위 공직자의 주요 인선 기준이 됐다.
김 전 부총리의 제자 논문 표절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다수가 “예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올들어 연세대 공대, 아주대 의대 교수 등이 논문 중복게재, 데이터 중복사용 등이 문제가 돼 대학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가 발행하는 영문저널 ‘분자와 세포(Molecules and Cells)’는 최근 국내 저널과 외국 저널에 동시에 투고하는 사례를 색출해 모두 논문게재를 거절했다. 학회 차원에서 3월 처음으로 이러한 중복투고 사실을 알고, “기관에 알려 징계토록 해야 한다” “논문만 거부하자”는 등 치열한 논의 끝에 논문을 거절키로 결정했다.
황우석 전 교수의 제자들인 서울대 수의대 학생들도 연구내용과 다른 사진데이터 등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돼 4명의 학생이 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수의대가 조사에 나선 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통보함으로써 이뤄졌다.
과학기술부는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대통령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반영키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앞두고 있다.
이미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인하대 영남대 울산대 등 6개 대학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16개 정부출연연구소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립했다. 관리규정에 따르면 총 57개 연구소와 대학이 연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논문 중복게재, 데이터중복사용, 명예 공저자 등 관행이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현실에 비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현재 구축되고 있는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 지 여부는 실제 연구부정 조사가 몇 차례 이뤄지고 이에 따른 징계의 효과를 살펴본 뒤에야 평가가 나올 전망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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