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야ㆍ정 대협약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부동산 값 진정 대책을 사실상 총동원했는데도 집값안정에 실패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며 국민경제를 짓밟고, 서민을 심리적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데도 정작 광마(狂馬)를 잠재울 실탄(정책)은 떨어진 셈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건설교통부 등 참여정부 집권 이후 부동산 정책을 좌우하던 정책 당국은 양치기 소년처럼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따라서 정치권이 어느 정도 단일한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실제 참여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수요억제책은 물론, 공급확대, 금융규제, 분양가 인하 등 초강력 대책들을 내놓았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역시 투기수요를 잡기 위한 수요억제 정책들이다. ‘세금폭탄’으로 불렸던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을 비롯한 중과세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2003년 10ㆍ29대책 당시 1가구3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시동을 건 수요억제 정책은 1가구2주택자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보유세율 단계적 강화(이상 2005년 5ㆍ4대책), 1가구2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부세 과세대상 6억원으로 하향조정(이상 2005년 8ㆍ31대책) 등으로 절정에 달했다.
10ㆍ29대책에서 간과됐던 공급확대 정책은 공급부족 현상으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하던 8ㆍ31대책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연간 30만호 공급, 임대주택 100만호 공급, 송파신도시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와 정부가 함께 추진하는 서울 강북지역의 뉴타운 사업들과 최근 제시된 인천 검단신도시 건설도 공급확대 대책에 포함된다.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판단 하에 도입된 금융규제 대책들도 적지 않았다. 10ㆍ29대책 당시 투기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ㆍ주택시가 대비 대출액 비율)을 40%로 축소한데 이어 올해 3ㆍ30 대책 때는 상환능력을 감안해 대출액을 규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ㆍ소득 대비 원리금 비율)을 도입해 ‘돈줄 죄기’를 시도했다.
최근에는 후분양제 도입, 분양원가 공개대상 확대, 용적률 상향조정을 통한 분양가 인하 등 분양가 인하 방안들이 무더기로 도입됐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분이 세금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인식, 2008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논리에 눌려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미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라고 사실상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규제 완화나 환매조건부 분양 등 다소 극단적인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의 경우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데다가 강남 집값을 또 다시 불안하게 만들 수 있어 시행이 어렵다. 싸게 분양한 뒤 일정 기간 뒤 이를 다시 되사는 환매조건부 분양제는 시장질서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 ‘친시장주의적’인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경우 집값이 더욱 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며 “난국을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시민단체 등 더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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