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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당' 꿈이 물거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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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당' 꿈이 물거품으로

입력
2006.11.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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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침 서울 영등포에 있는 열린우리당 당사. 창당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200여명의 우리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의 눈시울은 거의 동시에 붉어졌다. 당의 얼굴인 김근태 의장은 눈물까지 흘렸다. 가수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가 배경 음악으로 깔리면서 창당과 대통령 탄핵, 총선 승리 등 창당 이후 3년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동영상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2003년 11월 창당 때 당원 1만5,000명이 참석해 거창한 창당대회를 치르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에 ‘정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우리당의 격한 부침을 잘 읽을 수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는 대승을 거둔 뒤 개최된 창당 1주년 기념식에 노무현 대통령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던 게 바로 2년 전이다.

우리당 당직자들의 눈물은 ‘100년 정당 꿈’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을 받아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근태 의장은 “동영상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고, 눈물이 났고 가슴이 떨렸다. 회한도 생겼다”는 말로 참석자들의 심정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어쨌든 우리당은 생일상을 차려놓고 초상집 상주처럼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이번이 마지막 생일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특히 국민 지지율이 10%대 초반인데다 경쟁력을 갖춘 대선주자도 없는 우리당으로서는 미래가 더 걱정이다.

우리당은 정계개편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새판짜기 시도를 보는 국민들의 눈은 아직도 싸늘하다. 여권의 신당 창당 추진 등에 대해 “대선 구도를 흔들어 보기 위한 꼼수 정치”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통렬한 자기반성이나 국민들에 대한 석고대죄는 없었다. 특히 5ㆍ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반성’이란 말을 자주 쓰면서도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아 “참된 반성이 아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진짜로 서민들과 중산층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남은 봉우리를 넘어 창당 정신을 실현하는 그 길로 함께 가자”고 말하는 등 ‘창당 정신 계승’을 더 무게를 뒀다. 한병도 의원은 “우리당은 또 다시 역사의 기적을 창조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문희상 전 의장은 ‘창당정신, 처음처럼’이라는 구호를 건배사로 제의했다. 신기남 의원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 창당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한 당직자는 한숨을 쉬면서 “오늘 우리당에 기쁜 소식은 중앙당사에서 기르던 개가 전날 밤에 새끼 3마리를 낳은 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기념식에서 강아지를 태어난 사실을 소개하면서 “각각 평화와 번영, 통합으로 강아지 이름을 짓겠다”고 말했다.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치 실험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아침을 맞자고”고 말했으나 철저한 반성과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새 출발은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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