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업계에서 ‘넘버 2’ 경쟁이 치열하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금융경쟁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이 치고 올라가면서 2~3위권에서 지각 변동 조짐이 일며 일대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금융환경의 격변 속에서 향후 더욱 격심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부문에선 국민은행에 이은 2위권 경쟁에서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을 추월하기 일보 직전이다. 올 들어 공격적 외형 확대로 기대이상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우리은행은 총자산이나 당기 순익면에선 신한은행에 아직 못미치지만, 은행 영업력을 보여주는 여수신 규모에선 신한은행을 뛰어넘는 단계다.
원화 대출금에선 지난 6월부터 신한을 따돌려 10월말기준 93조1,470억원으로 신한(88조4,449억)을 4조원 이상 앞서고 있고, 총수신에서도 신한을 코 앞까지 추격했다. 지난달 추석 연휴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의 수신 실적이 감소했으나 우리은행만 서울시 자금유치에 힘입어 나홀로 증가세를 보여 총수신이 10월말 현재 95조2,130억원으로, 신한(96조 4,861억원)과 1조여원 차이로 좁혔다. 조흥은행과의 통합 작업 등으로 내부 정비에 힘을 쏟았던 신한은행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LG카드와 삼성카드 양강 체제였던 전업계 카드사에선 후발주자인 현대카드가 약진하면서 2위인 삼성카드를 맹추격하고 있다. 2001년 설립돼 카드대란을 비켜갔던 현대카드는 삼성카드가 카드대란 이후 회원 정비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자동차 선할인’ ‘VVIP 카드시장 선점’ 등으로 돌풍을 일으켜 매년 두 배 가까운 급성장세를 보인 것. 현대카드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에선 삼성카드에 뒤쳐지지만 카드사의 영업경쟁력을 보여주는 신용판매액에서는 삼성을 바짝 뒤쫓았다. 2분기까지 신용판매액이 11조5,368억원으로 삼성(14조 2,568억원)에 2조7,000억원 차이로 근접했고 일시불 이용액에선 10조221억원으로 삼성(10조9,389억원)과 맞먹는 수준에 올랐다. 현대는 연내 신용판매액 부문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지만 회원수에선 삼성이 여전히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어 현대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험업계도 2위권 경쟁이 뜨겁다. 손해보험업계에선 삼성화재가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화재, LIG손해보험, 동부화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업계 4위였던 LIG손보가 지난해 대리점을 대폭 확장하며 물량공세에 나서 3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자 다른 업체들도 이에 질세라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
9월말까지 세 업체의 원수보험료가 2조31억원(현대), 1조9,324억원(LIG), 1조9,272억원(동부)으로 엇비슷하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이 독보적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토태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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