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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 '고대사 바로알기' 독립기념관 찾아

입력
2006.11.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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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또 갈라졌네. 자 자리 좀 섞어 앉아 보세요.”

시작은 어색했다. 강사의 채근에 다들 마지못해 쭈뼛쭈뼛 몸을 놀린다. 하지만 어색함은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재잘거리는 모습에 마음의 벽은 금세 허물어졌다.

10일 민족 정기가 서린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길게는 3년, 짧게는 불과 몇 달 전 북한을 탈출해 자유의 품에 안긴 새터민(탈북자) 청소년 27명이다.

독립기념관이 탈북 청소년에게 우리 고대사 왜곡의 실상을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남쪽 청소년(충남 목천고) 27명도 함께 했다. 또래의 생각과 조언을 통해 이들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동북 3성은 중국의 역사가 아닌가요?”

한 새터민 친구의 질문은 남북 청소년이 함께한 역사교육을 뜨겁게 만들었다. 역사는 사실 새터민이 가장 큰 혼란을 겪는 부분이다. 김일성 부자 중심의 현대사는 말할 것도 없고 고대사 역시 북쪽에서 배운 것과 상당히 다르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김종수(18ㆍ가명)군은 “중국이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고구려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를 통째로 들어내 중국사로 만들고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며 “조선(북한)에서는 김일성 일대기만 꿰고 있으면 100점을 받았는데 이제 보니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적 유산은 훨씬 무한하다”고 말했다. 노지영(16ㆍ가명)양도 “혈맹으로 여긴 중국이 그런 야욕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요즘 TV에 <주몽> 등 고구려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 겪어야 했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상진(19ㆍ가명)군은 “남쪽 사람은 탈북자라고 하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며 “그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또래 친구들에게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도 고단함을 다독여 주는 남쪽 친구들의 따뜻한 격려에 묻혀 갔다. 목천고 이정근(18)군은 “방송에 비친 (북한의) 모습만 보고 거부감을 느꼈는데 북쪽 친구들도 소중한 이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 마음이 된 남북의 친구들이 통일 동산에 올라 통일의 종을 울렸다. “이 종소리가 북녘 땅 끝까지 전해져 통일과 함께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합니다.” 종소리가 하나의 메아리로 울리자 엷은 미소도 번졌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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