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28석, 상원에서 6석을 추가하여 12년 만에 하원은 물론 상원에서까지 다수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역대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집권여당이 승리한 경우는 실제로 드물다.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집권2기 6년차의 중간선거에서 민주, 공화를 막론하고 집권여당은 평균적으로 하원에서 29석, 상원에서 6석을 야당에게 내주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이라크 전쟁이 선거의 쟁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각 주요 선거구에서 낙선한 공화당 인사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심각한 비리나 스캔들에 연루되어 지역구민들의 심판을 받은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민주당의 압승은 예외라기보다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 미국의 정책 변화 기대는 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여느 때와 달리 현 정부의 외교정책, 그 중에서도 난맥을 더해가고 있는 이라크 사태에 관한 국민의 실망과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시 행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결과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선거 직후 부시 대통령은 이번 패배가 자신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 투표임을 솔직히 시인했다.
그 동안 부시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 하에 이라크 전쟁을 이끌어온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전격적인 경질은 이라크 정책의 궤도 수정을 상징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중간 선거를 계기로 2년 여 남은 부시 행정부의 근본적인 외교노선이나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번 선거는 어디까지나 중간선거이지 대통령을 새로 뽑은 것은 아니다. 내년 초에 새로 구성될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한다 하더라도 외교현안에 관한한 여전히 최종결정의 당사자는 부시 대통령이다.
더욱이 선거기간 중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 실패를 부각시키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있을 정책 수정은 전면적인 철군 등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보다는 그 동안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여, 이라크 안정화에 있어 다양하고 비판적인 여론의 수렴과 토의를 거쳐 지금까지의 정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이라크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였지 한반도 정책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국가 이익이 걸린 외교정책의 경우 공화 민주 양당은 크게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 왔다.
민주당 일각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직접대화의 방안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협상 방법에 관한 전술적 접근의 차이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실험의 심각성과 제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민주당 역시 공화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일 양자협상을 했는데도 북한이 핵 포기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 섣부른 예측보다 우리입장 점검을
한미관계의 경우도 전시 작전권 환수나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 한미 FTA등의 현안을 둘러싼 미국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작전권 환수는 한국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전면 재검토를 요구 하지 않는 한 합의대로 진행될 것이다.
대북정책의 공조여부도 한국이 미국의 제재 노력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동조하느냐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한미 FTA는 전통적으로 노동자층을 대변해온 민주당 중심 의회에 의해 오히려 더 큰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국내정치세력의 부분 교체를 가져온 금번 중간선거가 당장 북핵과 한미관계의 쟁점들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한미관계에 관한 아전인수 격의 섣부른 예측보다는 향후 전개될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와 연속성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재점검하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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