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앉던 자리엔 벤 아저씨가…바바라 파크 글ㆍ김중석 그림ㆍ고은광순 옮김 / 웅진주니어 발행ㆍ210쪽ㆍ8.500원
“내 인생이 겨우 정리될만하니까 바보 같은 엄마가 다시 또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잖아.” 열두 살 소년 찰스는 엄마가 야속하다. 갑작스런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를 잃은 것도 충격인데 엄마가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하다니…. 아빠가 앉던 자리엔 벤 아저씨가, 자신의 방엔 다섯 살짜리 꼬마 토마스가 나타났다. 게다가 손위 여자 아이 리디아는 꼭 찰스가 필요할 때 화장실과 전화를 점령한다.
책은 재혼가정의 아이가 된 찰스의 이야기다. 원치 않은 새 가족과 엄마를 나눠야 하는 억울함, 아빠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몰래 들춰보는 서글픔과 외로움은 온전히 찰스의 몫이다. 왜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삶이 뒤죽박죽 되어야 하는 걸까.
자신이 무거운 짚단을 겨우 짊어진 낙타와 같다고 생각하던 찰스는 결국 폭발한다. 인내의 한계점에서 마지막 지푸라기가 얹어진 것이다. 가족들한테 눌려왔던 감정을 퍼붓고 집을 나서지만 갈 곳은 지붕 위 뿐. 그 때 토마스가 찰스를 찾아내고 찰스의 부주의로 꼬마는 지붕 아래로 떨어진다. 죄의식에 시달리던 찰스 앞에 붕대를 하고 나타난 토마스가 속삭인다. “나 말 안했어. 이제 나 좋아하지? 그렇지, 차룰스!”
폭풍우가 지나간 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동생은 여전히 막무가내고 누나의 습성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는 건 아니야. 그저 조금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뿐이지”라고 말하는 찰스는 이미 한 뼘은 커버린 듯하다.
“삶이란 ‘그들은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아닌” 것처럼 이혼과 재혼이 끝은 아닐 게다. 책은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아이의 아픔이 얼마나 절절한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쓰라림을 보듬지 않고 다시 행복을 꿈꾼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지도. 가벼이 읽히다가 뭉클해지는 이야기의 감동이 작지 않다.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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