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과거정권과의 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사정리라는 이름 아래 정치 경제 문화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차별화 전략이 시행되어 왔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 하나. "참여정부는 성장지상주의와 시장만능주의라는 두개의 도그마를 탈피,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이루려 '유턴'을 시도 중인 첫 정부입니다." 지난달 청와대 고위직을 역임했던 한 인사가 모 대학 특강에서 주장했던 내용이다.
지난 7일 통계청이 3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구 당 월평균소득의 실질 증가율은 1.1%로 감소. 둘째 소득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이 7.79로 8배에 육박하면서 2003년 자료수집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 셋째, 조세가 12% 증가하고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이 각각 8.4% 및 9.4% 증가.
참여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성장은 부진하고 분배는 악화되었으며 국민의 조세부담은 가중된 최악의 성적표가 나온 것이다. 분배를 개선한다고 조세부담은 늘어가는데 성장은 말할 것도 없이 과거정권보다 오히려 분배가 더 악화되는 차별화에 성공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성장과 분배의 동반후퇴에는 여러 원인을 들 수 있다. 먼저 지난 국민의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의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단기부양책을, 특히 정권 말기에 남발했다.
이로 인해 카드채 문제와 가계부실이란 짐을 현 정권에 넘기고 말았다. 더불어 지난 정권 이후 적극적으로 수용한 세계화에 따른 신자유주의 역시 원인 중 하나다.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우선시하며 따라서 양극화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현상을 그나마 완화시켜주려면 효율성의 제고에 따른 성장에 성공해야 한다. 실패한 신자유주의는 분배에 최악의 결과를 잉태하는데 우리 경제가 그런 덫에 걸리고 말았다.
이러한 덫에 걸린 이유는 우리가 수용한 신자유주의가 절름발이라는 데 있다. 금융을 비롯한 모든 산업을 외국자본에 개방한 방면 국내 기업들은 환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부채비율 강제, 출자총액제 부활 등으로 손발을 묶어 버렸다.
더불어 대부분의 외국자본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본차익을 노리는 벌처 계열의 사모펀드가 대종을 이루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가 취약하며 또한 다운사이징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고용을 감소시킨다.
반면 고용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기업의 경우는 여러 이유로 투자가 제한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출자총액제나 금산법 등 사전규제와 반기업정서로 인해 투자가 제한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 부담으로 은행대출 등 자본조달의 어려움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베인앤컴퍼니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아시아적 절충주의'로 지칭하며 성장과 분배 모두에 성공한 국가로 분류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식 절충주의'과는 달리 분배가 정부주도형이 아닌 '평생고용제'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통한 민간주도형이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분배를 주도하는 것보다 오히려 민간기업이 시장원리를 통해 안정적 고용창출을 통해 주도했기 때문에 성장 추진력을 유지하면서도 분배에 성공했다는 것인데 양극화 문제의 답은 여기에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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