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지하조직 일심회 조직원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구속수사 시일(20일)이 거의 끝나간다. 지난달 24,25일 일심회 사건 관련자 5명을 잇달아 체포한 국정원은 10일과 13일 두 차례로 나눠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본보가 입수한 관련자 5명의 구속영장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보는 사건을 재구성했다.
장민호 행적
일심회 총책 장민호(44)씨는 미국 체류 중이던 87년 초 재미동포 김형성(당시 40대 중반)씨에게 포섭됐다. 그는 89년 초 러시아를 거쳐 밀입북, 1주일간 머물면서 공작원 교육과 공작금 1만 달러를 받고 돌아왔다.
국정원은 포섭 동기에 대해 장씨의 운동권 성향과 평탄치 않았던 유학생활을 꼽는다. 장씨는 성균관대 국문학과 2학년 재학 중 학내 시위 참가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훈방 조치를 받은 뒤 부모의 권유로 82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83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재학 시절 미국의 그라나다 침공 반대 시위를 했다가 제적되기도 했다. 85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듬해 다시 미국 유학을 떠나는 등 굴곡이 많았다.
장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89년 4월 미군에 입대한 뒤 주한미군 파견을 자원했다. 91년6월엔 주한미군 부사령관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현재 부인 K(39)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K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속았다. 배신감을 느낀다. 당시 모셨던 상사도 중령급의 참모였지 고위 간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심회 활동
장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93년 두번째 밀입북해서 조선노동당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이후 장씨는 정보통신(IT) 부문 사업가 신분으로 위장하고 96년부터 북한 대외연락부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조직원을 포섭해나갔다. 과거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386 세대가 주 타깃이었다. 삼민투 고려대 위원장 출신의 이정훈(43)씨는 미문화원 점거농성으로, 연세대 총학생회 학술부장을 지낸 손정목(42)씨는 미문화원 점거농성 지지 시위로 각각 유죄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고려대 애국학생회 활동을 했던 이진강(43)씨와 전대협 사무국장 출신의 최기영(40)씨는 86년 건국대 검거농성 사건 때 나란히 유죄 선고를 받았다.
장씨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간 포섭 대상자의 정치적 성향을 탐색한 뒤 조직원으로 영입했다. 반미 성향의 인물은 사업을 핑계로 먼저 접근하기도 했다. 2000년 포섭된 이진강씨의 경우 반미청년회 활동을 했던 주변 동료들의 전향에 배신감을 느끼고 방황하던 틈을 노렸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 발각시 꼬리를 자를 수 있게 조직을 운영하라는 북한 지령에 따라 최씨를 접촉하는 일은 손씨가 맡았다.
새로 포섭된 조직원들은 장씨 지시에 따라 중국 베이징(北京) 비밀아지트 둥쉬화위안(東旭花園)에서 짧게는 이틀 길게는 6일씩 체류하며 북한 공작원과 만났다. 이후 국내에 돌아온 일심회 조직원들이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386 운동권 출신 인사를 대상으로 친북ㆍ반미 논리를 전파하거나 북한에 각종 정보와 자료를 넘겼다는 것이 국정원이 보고 있는 사건의 전말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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