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현실의 무거운 짐을 후배교사들에게 남기면서 훈장을 받을 수 없다는 마음에서 포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내년 2월 정년을 앞둔 경남 마산 합포고 김용택(61ㆍ사진) 교사는 지난달 31일 자신에게 주어진 정부의 옥조근정훈장을 받지 않겠다는 포기서를 경남도교육청에 내고 자신의 홈페이지(김용택교사의 참교육이야기ㆍhttp://chamstory.net)에 심경을 밝혔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필요한 정보의 공유와 토론의 장 마련을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해오고 있다.
김씨는 33년 이상 근무한 퇴임교사 전원이 대상인 근정훈장에 대해 “상응하는 공적 없이 재직기간에 따라 나오는 훈장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38년을 교육현장에 있어왔지만 열악해진 교육현장을 두고 떠나면서 훈장까지 받는다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준별인가 선택인가 뭔가 하는 7차 교육과정으로 두서너명 붙들고 시험문제 풀이해주며 입사과목 교사들까지 지치고 자포자기하는 현실을 두고, 떠나는 퇴임교사들에게 훈장을 준다니 어이가 없다”며 쓴소리를 토해냈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인간으로서 배워야 할 것을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는 그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하려고 했음에도 시험 문제를 외우게 하고 참고서 문제풀이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아끼는 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69년 경북 칠곡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에 첫 발을 디딘 김씨는 마산여상에서 근무 중이던 89년 초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마산지부장을 맡았다가 해직돼 교단을 떠났다 94년 복직된 ‘전교조 1세대’ 교사이다. “무너져가는 교육을 살리기 위해 활동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구속수배를 당하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선배로서 훈장을 받을 수는 없었다”는 그의 말에서 커다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마산=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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