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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당선" 韓風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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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당선" 韓風 거셌다

입력
2006.11.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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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은 명실상부한 ‘미주 한인의 날’(원래 1월13일)로 기억될 만하다. 한인 14명(17명 출마)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당선됐다. 82%가 넘는 성공률이다. 소수계인 한인이 미국 주류 정치의 철옹성을 뚫고 당당히 입성한 셈이다. 이날의 쾌거는 1903년 선조 102명이 하와이에 사탕수수 노동자로 첫발을 딛은 이래 103년이 걸렸다. 한인 사회의 남다른 노력과 단합이 일궈낸 값진 결실이다.

숫자뿐 아니라 수준 역시 높다. 주정부의 세금을 관리하는 최고위직과 20대 당선자 등 한인 여성의 대약진도 눈에 띈다. 한번 당선되면 재선, 3선, 5선으로 이어지는 꾸준한 지지도 누리고 있다. 한인 밀집지역을 벗어난 곳에서도 당선자가 나와 한인 사회의 정치 지평을 넓혔다. 미국 성조기의 별처럼 빛나는 한인 당선자를 소개한다.

● 캘리포니아 돈줄 틀어쥔 여장부

그는 함빡 웃었다. 득표율 60.3%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그는 감격보다는 ‘용기’란 단어를 먼저 꺼냈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한인 납세자를 위한 용기 있는 대변인이 되겠습니다.” 미셸 박 스틸(55ㆍ공화)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BOE) 3지구 위원 당선자의 소감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주정부 BOE 위원은 판매세 담배세 주류세 등 연간 400억 달러(약 38조원)에 달하는 주의 세금(24가지)을 관리하는 막강한 자리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한인으로서는 최고위직에 선출됐다.

아침에 눈떠보니 스타가 된 건 아니다. 그는 2003년부터 BOE 위원을 목표로 3년 넘게 “관료주의에 맞서 납세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당선직후 웃음과 함께 글썽인 눈물은 고단한 시절, 자신과 함께 해준 후원자 700여명을 위한 선물이었다.

1975년 미국으로 이민간 미셸 박 스틸은 페퍼다인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 출신의 실력자인 션 스틸 변호사가 남편이자 정치적 후원자다. 한미공화당협회 회장을 지내며 정치력을 키워온 그는 하루 24시간을 철저하게 활용하는 전략 속에 한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압승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고마운 건 노인들의 쌈짓돈이었다. 그는 “한인 할머니들이 ‘꼭 당선되라’며 전해준 금일봉과 형편이 어려운 노인 회원들이 생활보조금(Welfare)을 아껴 기부한 961달러를 잊지 못한다”고 울먹였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내가 한국인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주류사회에는 내가 할 수 있다는 점을, 소수계에는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포부도 남다르다. 그는 “주류사회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일하겠다”며 “개인이 희생되지 않도록 세무규정을 간소화하고 조세당국이 납세자의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납세자를 범죄자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800여만명의 납세자를 대변하게 된다.

● 3선 넘어 5선 신화도 창조

당선자 14명 중 9명은 여성이다. 이들은 소수계와 여성이란 이중의 편견을 극복했다. 메리 정 하야시(민주)는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 본토(하와이 제외)의 주 의회(캘리포니아주 하원)에 진출한다.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에 당선된 제인 김(29)은 한인 당선자 중 최연소다. 하와이에선 도나 김 하와이주 상원의원을 비롯해 한인 여성 3명이 나란히 당선됐다.

재선에 성공한 강석희(민주)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의원은 “더욱 친근하게 주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3선 고지를 점령한 신호범(71ㆍ민주) 워싱턴주 상원의원과 재선에 성공한 훈영 합굿(민주) 미시간주 하원의원은 입양아 출신이다. 한인으로선 처음 5선 신화를 일군 임용근(70ㆍ공화) 오리건주 하원의원과 최용식 뉴저지주 레오니아 시의원은 이민 1세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한국일보 LA미주본사=김상목기자ㆍ배형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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