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는 설(說)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북핵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 여권의 내년 대선 전략, 북측의 대남 전략 등 각종 가설과 섞인 채 남북정상회담 추진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전 접촉이 이미 수 차례 진행됐다는 주장이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이름과 함께 나돌기도 한다.
9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학원 의원은 “일부 항간에서는 내년에 김정일을 초청하여 요란한 분위기를 조성한 후 연방제 합의와 함께 통일을 빙자한 헌정 중단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공성진 의원도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김정일이 대북 퍼주기를 약속 받는 대신 내년 상반기중 남북정상회담 수용으로 현 정권에 ‘평화세력’이라는 월계관을 씌어주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주변에 나도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은 요약하자면 ‘여권이 내년 대선 전략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신문은 이날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뢰를 받는 핵심 인사들이 북한 핵실험 후인 10월 중순 베이징에서 접촉한데 이어 10월 하순 ‘제3의 장소’에서 회담을 갖고 6자회담 복귀 일정 및 향후 정상회담 추진 등을 의제로 폭 넓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보도했다. 비밀특사로는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 등의 이름이 나온다. 안씨가 베이징에서 북측 고위 인사와 2~3차례 만났다는 것이다. 또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L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동안 중국에서 북측 고위인사와 접촉했다는 설도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 정무특보에 발탁된 이유가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돼 있다는 설도 유포돼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데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이 전 총리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단계로 DJ를 북한에 특사로 보내는 방안이 추진돼 왔고 현재 시기 선택만을 남겨뒀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있었던 노 대통령과 DJ의 동교동 회동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과 만나 북한 특사나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문제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로 대통령 고유 판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또 인터넷 신문이 보도한 남북 간 특사 비밀접촉설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비밀특사로 지목 받은 안씨 측도 “8월 가족들과 휴가를 겸해 4일 정도 베이징에 들른 적은 있지만 그 뒤에는 중국에 간 적이 없다”면서 북측 인사 접촉설을 부인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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