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부모는 아이의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의 확률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젊은 부모들이 비싼 비용(100만원 내외)에도 불구하고 아기의 탯줄에서 추출하는 제대혈(臍帶血ㆍCord blood) 보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대혈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혈모세포가 가득 담겨 있어 냉동보관을 해놓았다가 아이에게 골수이식이 절실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이식하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 대학교수가 논문에서 제대혈을 냉동보관 할 경우 세포 생존율이 크게 떨어져 골수이식과 같은 정도의 효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과연 제대혈 냉동보관이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부모들의 의문이 줄을 잇고 있다.
제대혈 이식 효능은 문제없어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는 최근 제대혈을 십 수년 간 냉동 보관했다가 유사시에 이식을 받는 방식이 지금까지 대중의 믿음과 달리 크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제대혈의 골수 재생능력이 있는 조혈모세포 중 10~70%가 냉동 보관 이후 죽은 것으로 동물실험 결과 나타났다” 며 “제대혈을 이식해도 몸 안에 증식, 생착시키는 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 교수의 연구대로라면 1990년대 중반이후 국내에 도입돼 산모 10명 중 1명이 선택할 정도로 성업을 이루는 제대혈은행 산업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학계와 제대혈은행 업계는 제대혈의 세포 사망은 환자의 치료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오 교수의 연구결과를 반박했다.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등은 9일 <냉동 제대혈의 효과 논란에 관한 전문 학회의 입장> 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제대혈 이식은 백혈병 치료의 주요한 과학적 방법이고 이미 국내에서 300여건의 성공적인 이식이 이뤄졌다” 며 “오 교수팀의 연구가 실제 환자치료시의 효과 여부에 직결될 지는 추가적 연구가 실시돼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구홍회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제대혈 이식의 성공은 소수의 살아있는 조혈모세포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효능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냉동>
제대혈 보관 업체인 메디포스트도 “오 교수의 주장과 같이 70%에 달하는 제대혈이 치료성과가 없다면 80%가 넘는 실제 이식 성공률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며 “제대혈 이식은 매년 5%이상 수요가 늘고 있고 일본에선 골수이식보다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여 제대혈로 사회적 비용 줄여야
한편 전문가들은 제대혈 이식 자체의 효능은 문제되지 않지만 15년 보관에 100여 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는 가족 제대혈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국내에서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300여건의 조혈모세포 이식 중 단 2건 만이 가족 제대혈로 이뤄진 것” 이라며 “아직 가족 제대혈이 공여 받은 제대혈 보다 효능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장은 “스스로를 위해 냉동 보관했던 제대혈을 이후 자신이 이식 받게 될 확률은 극히 적기 때문에 비용 대 효과로 계산해 보면 별 의미가 없다” 며 “차라리 제대혈을 기증해 국민들이 공여하는 조혈세포 규모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냉동 보관해 놓은 제대혈의 효능은 역시 확실한 품질 관리에 달려있다” 며 “현재 이러한 관리를 국가가 전담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말했다.
● 가족 제대혈 보관
자신이나 가족의 독점적인 제대혈 이식을 위해 민간기업에 냉동보관을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15~20년 보관에 비용은 100만원 내외다.
● 공여 제대혈 보관
출생 시 부모의 동의로 아기의 제대혈을 사회에 기증하는 방식이다. 기증 받은 제대혈은 각 민간냉동보관 업체에 분산돼 관리되다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원하는 환자에게 공여된다. 공여 제대혈을 이식 받으려면 약 8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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