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폭포에서 내려오는 길, 앞서 가던 두 남자 중 한 분이 내 목에 걸린 패찰을 보고 반색했다. 이번 행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봤다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왔지요?" 흥미로워하는 그의 질문에 나는 급히 머리 속을 뒤져 소설가 은희경을 찾아냈다.
그는 '죄송해'하며 곤혹스런 표정으로 "마흔 살 넘어서는 소설책을 안 읽어서 작가 분들을 잘 몰라요. 신경숙, 공지영처럼 많이 알려진 이름만 알지요"했다.
그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고 말씀드리며 나도 죄송했다. "북핵 때문에 금강산 관광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잘 하셨어요. 금강산 좋지요?" 했다.
"네, 오기를 잘한 거 같아요." 나는 어쩐지 흐뭇해서, 쇠고기 꼬치구이와 막걸리가 굉장히 맛있으니 꼭 드셔야 한다고 수다를 떤 뒤 그들과 헤어졌다.
어디를 가나 우리 관광객과 마주쳤다. 북측 땅이 아니라 가상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문득 문득 들었다. 그런데 금강산을 떠나는 날, 호텔 앞에서 온정각 앞에서, 전 종사원들이 죽 늘어서 손을 흔들며 "안녕히 가십시오!" 외치는 소리를 듣자 비로소 어떤 실감이 울컥 치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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