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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충무로 '자막 징크스' 이번엔 깨질까

입력
2006.11.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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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이 등장하는 한국영화는 망한다.’ 최근 충무로에 생긴 흥행 징크스다. 외국어가 대사의 주를 차지하는 대작들이 연달아 흥행에 참패하자 만들어진 속설이다. 한일 합작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역도산> 은 일본어 대사가 97%. 110억원을 들였지만 전국에서 160만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일본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과 함께 주인공의 친일행적이 논란이 됐던 <청연> 은 95억원을 들인 대작이었으나 고작 60만에 그쳤다. 러시아어와 태국어가 등장하는 <태풍> 의 성적도 150억원의 제작비를 고려하면 기대 밖이었다.

영화인들은 자막이 들어간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 이유로 신세대 관객의 문자 기피증을 든다. 문자보다 영상을 더 선호하는 젊은 층은 자막 때문에 영화에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는 것. 한국영화가 할리우드를 상대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선전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괴물> 로 1,300만 관객을 끌어모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설국열차> 가 영어로 만들어진다. <설국열차> 는 프랑스 동명 만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빙하기를 맞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열차를 타고 떠돌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올드 보이> 등으로 세계적인 대가 반열에 올라선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는다.

박 감독은 최근 미국 연예전문 주간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 속성상 영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시장) 배급과 영어권 시나리오작가 섭외를 위해 할리우드 스튜디오 관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장르임을 감안할 때 <설국열차> 는 국내 최대 제작비가 들어갈 전망이다. 버라이어티는 “미국 주류 시장을 공략할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손잡고 충무로의 ‘자막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작품의 완성도 못지않게 기대가 모아진다. 신기록과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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