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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산불… '범인'은 벼락 첫 공식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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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산불… '범인'은 벼락 첫 공식확인

입력
2006.11.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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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던 5일. 강원과 충북지역 4곳에서는 산불신고가 들어왔다. 산림청 산불담당 직원들은 하나같이 “비오는 날 웬 산불”하면서도 달려 나갔다. 멀리서 바라보니 현장 주변에서는 정말 연기가 나면서 불이 번지고 있었다.

진화 후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산불의 원인을 조사하던 직원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소나무가 칼로 베인 듯 갈라져 있었고, 그 옆 굴참나무가 불에 탄 자취와 주변으로 불길이 번져간 흔적이 있었다. 정밀감식 결과, 낙뢰에 의한 산불이었다.

산림청은 5일 발생한 강원 인제군과 홍천군, 충북 수안보의 산불 4건이 벼락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밝혔다. 벼락에 의한 산불발생이 국내에서 공식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에서는 벼락과 나무 마찰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이 산불발생 원인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1997년 이후 9건의 산불이 벼락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었을 뿐 공식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벼락에 의한 산불은 비가 오지 않으면서 천둥 번개가 치는 속칭 ‘마른벼락’ 때 주로 8부능선 높은 나무에서 발생한다. 나무에 1억 볼트가 넘는 초고압 전류가 흐르면서 나무가 갈라지고 불똥이 튀어 주변에 있던 낙엽 등에 불이 붙으면서 발생한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산림과학원 구교상(47) 박사는 “벼락에 의한 산불은 흔적이 남지 않는 일반 산불과 달리 발화지점에서 흔적이 뚜렷해 식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벼락에 의한 산불이 확인됨에 따라 비가 오지 않으면서 천둥번개가 칠 때에는 산불감시 카메라가 능선 쪽을 보게 하는 등 낙뢰로 인한 산불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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