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8일 부산을 찾았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부탁으로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교통장관회의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의 자택 방문 이후 노 대통령이 7일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김 전 대통령이 부산을 찾은 것은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여당 일각에서 두 사람이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하루 사이 서로의 ‘정치적 고향’을 방문한 것은 모종의 ‘역할 분담’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날 방문이 노 대통령과 가까운 추 장관이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부탁을 했고, 김 전 대통령이 수락해 이뤄졌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특강에서 “남북한과 시베리아를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연결되면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유라시아 번영의 시대를 열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ESCAP에서 28개국 정부가 ‘아시아 횡단철도 연결 정부 협정식’을 갖는 만큼 자신이 ‘철의 실크로드’를 처음 제안했던 취지를 설명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도 재차 햇볕정책 수호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공산국가는 억압과 봉쇄로는 결코 변화시킬 수 없다”면서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만 변화시킬 수 있으며, 북한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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