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의 대세를 가른 것은 이라크전이었다. 이라크전 실패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비판 여론은 공화당에게는 뼈아픈 패인이었고 민주당에게는 엄청난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안보논쟁에서의 비교우위로 2004년 재선에 성공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년만의 ‘중간평가’에서 미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선거전이 한창이던 10월 한달간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이라크전 상황은 더욱 암담해졌고 공화당 후보들 중에는 이라크전 때문에 인기가 떨어진 부시 대통령을 유세 현장에서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겨났다. 역으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몰아간 것은 상당한 효과를 냈다.
미 국민의 이라크전 거부감은 AP 통신의 출구조사 결과, 투표자 중 3분의 2가 이라크전이 투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한데서도 확인된다. ABC 방송 조사에선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이, CBS방송 조사에서도 답변자 가운데 57%가 이라크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라크전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개전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점과 현재 시점에서는 미군의 철군 일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미군 철군 이후의 이라크 상황개선에 대한 구체적 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철군 시점과 관련해서도 당내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대안 제시가 주효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 이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을 압박한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뾰족한 ‘이라크 출구전략’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12년 동안 상ㆍ하 양원을 장악해온 공화당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 각종 스캔들도 미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불렀다. 공화당 정ㆍ관계가 모두 연루된 잭 아브라모프 로비 스캔들, 톰 딜레이 전 하원 원내대표 비리에 이어 선거를 며칠 앞두고는 의회 사환을 상대로 한 마크 폴리 전 하원의원의 섹스 스캔들까지 터져 나왔다. 이라크전에 지치고 공화당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의 핵심 주제로 ‘바꿔 보자’는 변화를 선택했다.
선거 막판에 불거져 나온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 대한 교수형 선고 등은 공화당에 호재일 수 있었으나 파괴력은 미미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또 감세정책 지속에 따른 경제 활성화, 사상 최저 실업률, 재정적자 대폭 감소, 뉴욕 주가 신기록 행진 등 경제적 성과 홍보에 주력했으나 유권자들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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