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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따윈 필요없어'의 김주혁과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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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따윈 필요없어'의 김주혁과 문근영

입력
2006.11.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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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따윈 필요 없어> (감독 이철하)는 김주혁(34) 문근영(19) 두 배우로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마냥 깜찍하고 귀엽게만 보였던 문근영은 차갑고 딱딱한 연기로 성인 연기자로서의 첫 관문을 통과했고, 김주혁은 뭇 여성에게 하염없이 다정할 듯한 ‘훈남’ 이미지를 깨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문근영이 맡은 역할은 엄청난 재산을 홀로 상속 받은 스무 살 숙녀 류민. 앞을 보지 못하며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오빠와 헤어져야 했던 아픈 과거를 지녔다. 김주혁은 막대한 사채를 갚기 위해 오빠인척 류민에게 접근하는 특급 호스트 줄리앙을 연기했다.

<사랑따윈…> 은 2002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10부작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 없어, 여름> 이 원작.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도 방송돼 화제가 됐던 원작에 자신의 색깔을 입힌다는 것이 두 사람에게는 높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았다.

“원작을 보며 배우로서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다 생각했는데 막상 연기하려니 걱정이 많이 됐어요. (대입 준비로 쉬었던) 연기를 하고 싶었고, 워낙 매력 있는 작품이라 출연을 결정했어요.”(문근영) “원작이 없었으면 오히려 흔쾌히 출연 결정을 내렸을 시나리오예요. 관객들이 혹시 바뀐 이미지에 반감을 갖지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러나 줄리앙은 어떤 배우라도 욕심 낼만한 캐릭터잖아요.”(김주혁)

문근영은 촬영 전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 장애인 학교를 찾았고, 김주혁은 여자 전문 사냥꾼인 호스트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이런 둘의 노력은 TV CF같은 매끈한 화면에 비해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강약 있게 소화하지 못하는 영화의 허점을 메운다.

<사랑따윈…> 으로 이미지 전복을 시도했지만 두 사람은 ‘훈남’과 ‘국민 여동생’ 별명을 넘어서야 할 장애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주혁은 “고정된 이미지에 변화를 주면 연기하는 즐거움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문근영은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거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한다.

같은 매니지먼트사 소속에 열 다섯 살 위 선배임에도 김주혁은 촬영기간 동안 문근영에게 연기 조언을 하지 않았다. “괜히 자존심 상하게 하고 오해를 살까 봐”서다. “(애인) 김지수씨를 만나도 연기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저는 오빠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연기는 스스로가 깨우치는 거야. 자기가 몸으로 받아들여야지.”

그러나 김주혁은 대학 생활의 재미에 푹 빠진 문근영에게 장난기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제 또래에 비해 연기라는 큰 짐을 지고 있지만 수업도 거의 다 듣고 여느 대학생 못지않게 잘 지내요. 영화 찍으며 술도 살짝 마셔봤고, 멋진 배우들과 함께 하니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문근영) “나는 철딱서니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도 20대 초반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대학교 다니는 네가 부럽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학창시절에 인생을 즐겨라.”(김주혁)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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