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값에는 17%, 아파트 가격에는 최소 32%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가 6억원 짜리 아파트라면 2억원 가량이 거품이라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6일 내놓은 ‘주택시장 불안과 금리’ 보고서에서 국내 주택의 내재가치를 통계적 모형으로 추정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현재 전국 주택가격 버블의 크기는 집값의 17.0%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2005년 상반기 전국 아파트의 버블 비중은 32.4%로 평가됐다. 예컨대 6억원 아파트의 경우 1억9,500만원 가량은 거품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파트 가격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추가로 폭등한 것을 감안하면, 강남 송파 서초 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의 거품크기는 지금 훨씬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품이 생겨난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였다. 전국 주택의 버블 비중 17% 가운데 11.6%포인트, 아파트 버블비중 32.4% 가운데 23%포인트는 금리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가 최근 신도시 발표 등 공급확대 정책을 펴는 데도 주택시장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고 있지 않다”며 “이는 경기상승기에 금리조절 속도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특히 “미국, 영국, 호주 등이 2003년 이후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효과를 거뒀으나 우리나라는 세제강화와 대출ㆍ재건축 규제 등 수요억제에 치중하는 바람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집값 안정책으로 금리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호상 수석연구원은 “최근 5년간 금리 인하가 소비나 투자 촉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금리를 인하할 경우 소비ㆍ투자가 늘어나기 보다는 집값 폭등과 그에 따른 소비위축이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또 “주택시장 불안해소를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은 금리 인상이지만 현재의 경기하강 국면에선 적합치 않다”며 “금리정책 보다는 규제완화나 재정을 통해 경기부양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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