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6일 자신의 임기내에 집행되는 마지막 예산안 처리와 관련된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올인’ 의지를 또 다시 천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발언 내용이 지난주말 발표된 ‘11ㆍ3 대책’의 재탕인데다,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새 대책을 발표하고 노 대통령이 부동산 안정 의지를 밝힐 때마다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여왔다. 참여정부의 시장원리를 무시한 세금폭탄 및 규제위주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시장과 ‘주부’들은 철저히 ‘반란’을 일으켜 왔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2003년 출범 당시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닻을 올렸다. 출발은 좋았다. 5ㆍ23, 9ㆍ5대책을 거쳐 그 해 10월 제시된 10ㆍ29대책은 1년여 동안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2003년 10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전국의 아파트가격은 _0.5%, 서울은 _1.3%의 하락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투기지역 지정 및 해제 등 단발성 대책과 중과세로 대표되는 수요억제 정책으로 인한 공급부족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부동산시장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강남이 불패라면 대통령도 불패로 간다(2003년 11월 28일), “부동산 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2005년 2월 25일) 등 잇따라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의 의지표명은 2005년 7월 17일 국회의장 초청 5부요인 만찬장에서 나온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발언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이 2005년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1가구 2주택 보유자들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수요억제책 뿐 아니라 송파신도시 건설 등 공급대책까지 망라된 종합대책이었다. 올 3월에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융단폭격’을 퍼붓기위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3ㆍ30대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가격 상승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8ㆍ31 대책 이후 1년, 다시 말해 2005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국 5.8%, 서울 10.5%에 이르렀다. 부동산 대책 발표 후 2~3개월 반짝 약발이 먹히다가 ‘시장의 반란’이 재연되는 양상이 되풀이 된 것이다. 강남 주택 공급활성화 등 핵심대책이 빠진데다, 편가르식 대책남발과 중과세, 판교 파주 등 수도권 고분양가 행진이 거듭되면서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심리가 확산돼 강북과 수도권집값이 급등했다.
노 대통령은 9월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부동산 정책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직후 시장은 이상 급등세를 보이는 등 활활 타올랐다. 특히 10월에는 전국의 집값 상승률이 3년5개월만의 최고치인 1.3%로 치솟았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하룻밤새 억단위로 뛰어 내집마련을 꿈꿔온 서민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다.
당황한 정부는 일주일 간격으로 신도시 건설, 분양가 인하 방안 검토 등의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일관성 없는 땜질식 처방’으로 평가절하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6일 부동산 안정 의지를 재천명하자 시장에서는 “또 다시 시장에 불만 붙이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와대는 새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마무리 관리 단계에 돌입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차기 정부에서 열매를 맺을 수도 있는 만큼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특정 정치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차기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야당과 시민단체도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시장의 거품제거와 연착륙을 위한 실효성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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