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진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이라크전이다. 2004년 대선 때 까지만 해도 공화당은 국가안보 이슈에서 민주당을 제압할 수 있었으나 불과 2년 만에 안보이슈의 매개였던 이라크전이 공화당의 최대 악재가 돼버렸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라크전이 지지 정당 및 후보를 결정하는 가장 큰 쟁점임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선거환경 변화는 공화당에게는 재앙이다.
공화당에 불리하게 바뀐 선거환경은 이라크전 만이 아니다.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열의도 2004년과는 영 딴판이다. 시사주간 타임이 5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한 민주당 유권자의 52%가 이번에 투표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투표 의향을 보인 공화당 유권자는 39%에 불과했다. 공화당은 아직도 지자자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능력은 민주당에 비해 한수 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오히려 민주당이 지지층 투표율 제고에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임 여론조사는 또 2004년 대선 때 부시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백인 복음주의자들도 공화당 곁을 떠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78%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지지는 54%에 그쳤다. 공화당 의원들이 연루된 각종 비리 및 섹스 스캔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2004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남성 유권자의 55%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3%만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언론 환경도 공화당에는 최악이다. 유력지인 뉴욕타임스는 5일 사상 처음으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단 한 명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선거 당일인 7일 지면에 지지하는 후보 명단을 발표할 때 공화당 후보를 단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한 이 같은 일은 처음”이라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주도 의회가 이라크전과 관련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데 실패한 것을 포함해 공화당의 전횡 및 도덕성 문제 등이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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