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을 둘러싸고 여당 내 계파별 세몰이가 가열되는 가운데 당내 양대 계파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진영(GT계)과 정동영 전 의장쪽(DY계) 소속 핵심 의원들이 가지려던 모임이 일단 무산됐다.
당초 6일 오후 김근태계의 몸통 격인 ‘민주평화연대’(민평연) 사무총장 문학진 의원과 정동영계의 핵심조직인 ‘바른정치모임’ 회장 이강래 의원 등이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모임 사실이 알려지자 양측의 만남이 전격 취소됐다. 민평연이 제의한 이번 회동에는 GT계의 문학진 의원과 유선호 이인영 의원이, DY계는 이강래 박명광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친노(親盧) 그룹의 ‘재창당론’에 대비되는 ‘통합신당론’에 긍정적인 양대 계파가 서로 머리를 맞대는 상징적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당내 논의에서 대세 굳히기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양측의 만남이 차질을 빚은 것은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한 주도권 경쟁 의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회동은 정동영계의 거부로 무산됐다.
당권을 쥐고 있는 GT계는 DY계 뿐 아니라 친노 그룹 등을 상대로 전방위 공세를 펼칠 만큼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 의장측의 이기우, 최규성 의원은 이날 오후 친노세력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의 김형주, 이광철 의원과 만나 정계개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었으나 이 모임마저도 취소됐다.
당내 최대 계파지만 정동영 전 의장 사퇴 후 결속력이 급격히 약화된 DY계는 현 정계개편 국면을 GT계가 주도하고 있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DY계의 한 의원은 “비대위 중심으로 논의하자고 의원들이 중지를 모은 지 며칠도 안돼 계파끼리 모임을 갖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양측의 이날 접촉이 좌초된 것은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점이 크다. 국민 지지율이 낮은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측이 손을 잡고 정치공학적 반전을 시도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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