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공기총으로 직원을 위협하며 은행장 면담을 요구하던 30대 남자가 붙잡혔다. 그는 길이 1m가 넘는 총기 가방을 들고 VIP실까지 들어갔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7분께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1층 객장 왼편 VIP실에서 정모(36ㆍ건축업)씨가 은행장 면담을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가방에서 공기총(5.9 구경 캐리어L)을 꺼내 직원 윤모(32ㆍ여)씨를 위협했다. 그는 “(12층의) 은행장을 만나러 가야겠다”며 윤씨를 앞세워 VIP실에서 10여m 떨어진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로 가다 몸싸움끝에 청원경찰 3명에게 붙잡혔다. 실랑이 과정에서 공기총이 1번 발사됐으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정씨는 경찰에서 “이 은행 직원인 아내(34)와의 문제로 은행장을 만나고 싶었을 뿐 돈을 훔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정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정씨의 진술에 따라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정씨는 지난 달 31일 서울의 총포사에서 공기총을 사고 총기소지 허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지난달 20일 서울 역삼동 국민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권총 강도에 이어 총기 관리 실태의 허점을 드러냈다. 2주 만에 연거푸 무장침입을 당한 국민은행은 “은행에 드나드는 고객이 의심스럽다고 마음대로 조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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