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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검은 대륙/ "석유 자원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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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검은 대륙/ "석유 자원을 선점하라"

입력
2006.11.0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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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요?. 한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어림 없어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해안도시 라고스의 중심가에 자리한 에코 호텔. 국제공항 인근의 쉐라톤 호텔과 함께 이 도시에 단 두 개뿐인 최고급(4성급) 숙소인 이 곳은 요즘 외국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1970년대 지어진 낡은 호텔(650개 방 보유)로 방마다 곰팡이 냄새가 짙게 풍기고, 하루 방값이 최소 300 달러에 달하지만, 그나마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호텔 프런트 직원인 배세이 에피옹(25) 양은 “과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연초에만 방이 꽉 찼으나 2, 3년 전부터는 연중 내내 고객들이 밀려들고 있다”며 “특히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인과 인도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라고스의 호텔 방값이 이처럼 턱없이 비싼 것은 최근 나이지리아의 심해 유전 개발을 위해 전세계 석유업계 관계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급증하는 호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호텔을 개조, 5성급 호텔로 만들고 있었고, 호텔 추가 신축도 추진중이다.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 인구 300만명의 이 도시 한가운데에는 27년간 이어져온 내전의 상처를 보여주듯 탄흔이 역력한 폐허 건물이 기념비처럼 서 있다. 그 건물 주변으로 앙골라 석유공사(소낭골사) 신청사를 비롯, 각종 오피스 건물과 주차 타워가 빽빽이 올라가고 있다.

70~80년대 개발의 삽질이 시작된 서울 강남쯤 되는 탈라토라에서는 도로 확장공사와 함께 대규모 주택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남광토건 최병원 루안다 소장은 “2002년 내전 종결 이후 이 나라 돈줄을 쥐고 있는 소낭골사가 루안다에서 발주한 공사만 50여건, 주변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무려 100여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떠오르고 있다. 내전과 종족 분쟁, 기아와 에이즈(AIDS), 부패와 끊임없는 정정불안 등으로 점철됐던 과거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막대한 석유 자원과 각종 인프라 수요를 바탕으로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은 국제 유가 및 원자재값 폭등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앞 다퉈 심해유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도로 항만 철도 신도시 등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때마침 지역분쟁도 잦아들고 살인적 인플레도 잡히면서 외국인 투자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은 고유가와 세계적인 자원 민족주의의 흐름에 자극받아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를 선점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1,122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확인된 매장량(1조 1,886억 배럴)의 9.4%에 해당하는 물량. 아직 미개발 지역이 널려 있어 본격 탐사가 이뤄질 경우 중동지역(7,430억 배럴) 못지 않은 대규모 석유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종건 KORT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경제개발에 눈을 뜨면서 자원개발 및 건설붐이 일고 있다”며 “민관이 하루빨리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수립, 마지막 남은 황금시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고스(나이지리아) 루안다(앙골라)=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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