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조이스틱이나 컴퓨터 마우스로 움직이던 컴퓨터 화면 속의 로봇들이 현실 세계에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어요. 이 로봇들을 보세요. 로봇을 직접 타고 조종하는 만화 같은 일이 곧 이뤄질 겁니다.”
5일 광운대 로봇게임단 ‘로:빗’(RO:BIT) 동아리실. 이선우(23ㆍ정보제어공학과 2년)씨는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과 배틀로봇(파괴 로봇) 등 로봇을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었다. 로봇(ROBOT)과 정보통신(IT)에서 따온 로:빗은 1일 국내 처음으로 출범한 정식 로봇게임단이다. 로봇 설계ㆍ제작 담당자들과 경기에 나서는 파일럿 등 12명, 로봇 5대가 한 팀이다.
로봇게임은 가상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로봇을 만들어 겨루는 게임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 게임을 다루는 정규 TV프로그램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40여 개 대학 로봇 동아리들이 한해 20여 개의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격투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로봇이 팔, 다리, 머리 등으로 상대 로봇을 직접 때려 넘어뜨리면 이긴다. 배틀로봇 경기는 톱날, 망치 등 무시무시한 무기를 가진 로봇이 주인공이다. 차량형 몸체에 장착된 비밀 병기로 상대 로봇을 부숴 작동이 안되게 하면 승리한다. 현란한 몸 동작으로 겨루는 댄스 경기의 인기도 나날이 치솟고 있다.
로봇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100% 수작업으로 로봇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로봇 1대 제작에는 보통 3개월, 1,000만원 정도가 든다. “입학해서 대학 생활을 모두 여기에 바친” 게임단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휴머노이드로봇 ‘헤라-퀸’으로 ‘국제로봇 콘테스트(IRC) 2006’에 출전, 댄스 부분에서 우승한 선수단의 홍일점 김은혜(21ㆍ전자공학 3년)씨는 “아르바이트로 벌고 적게 쓰는 수밖에 없다”며 “굶기를 밥 먹듯 하고 차비를 아끼기 위해 부모님 몰래 5평 남짓한 동아리방에서 잠을 청한 날이 셀 수 없다”고 말했다. 선주단 주장 표윤석(23ㆍ전자공학 2년)씨는 “로봇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저주에 걸린 것 같지만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 순간 모든 피로가 풀린다”고 말한다.
‘로:빗’의 미래는 로봇 공학의 앞날만큼이나 밝다. 학교의 지원으로 돈 걱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광운대는 2008학년도부터는 국내 최초로 ‘로봇 특기생’까지 뽑을 계획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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