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이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 하하!”
날 때부터 혹은 사고로 얼굴기형을 얻은 아이들은 웃는 방법을 잊었다. 뜻 모를 가난이 미웠고 이유 없는 편견이 싫었다. ‘거울아, 거울아! 난 왜 남들과 다를까.’ 묻고 또 물었지만 눈물만 늘었다. 시나브로 자신감을 잃었다. 아니 존재를 잃어갔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남들이 “흉측하다”고 놀리던 얼굴은 더 이상 세상에 없다. 새롭게 태어난 ‘밝은 얼굴’이 있을 뿐이다. 웃음이 돌아왔다. 높디높은 하늘도 따라 웃었다. 4, 5일 경기 용인시 삼성에버랜드에서 열린 ‘제1회 밝은 얼굴 찾아주기 캠프’엔 한국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의 도움으로 얼굴기형 무료수술을 받은 아이들의 함빡 웃음이 가득 찼다.
이번 행사는 무료수술로 밝은 얼굴을 찾았거나 현재 치료 중인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 43명과 보호자 20명, 의사와 사회복지사 51명 등 114명이 참가했다. 신청자가 정원의 20배나 돼 주로 생활보호대상자나 가정형편이 어렵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초대받았다. 얼굴기형 환자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밝은 얼굴로 거듭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생일잔치다. 지난해 혹은 2004년 이맘때 수술을 받은 7명이 4일 오후 생일 케이크를 잘랐다. 14개월 때 집에 불이나 안면 화상을 입었던 김수길(가명ㆍ11)군은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차츰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찾은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는 맘도 배웠다. 소이증(小耳症)을 앓았던 김태웅(18)군은 “귀가 작아서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여겼는데 눈을 가리고 안내견에 의지해 보니 시각장애인의 고통은 더욱 큰 것 같았다”고 했다. 작은 귀 때문에 자포자기했던 그는 지난해 10월과 올 8월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정상적인 크기의 귀를 갖게 됐다. 김군은 “안경을 편하게 쓸 수 있어서 좋다”며 “같은 처지의 친구들도 수술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5일 늘 꿈만 꿔오던 놀이동산(에버랜드) 나들이도 갔다. 남들 시선이 두려워 대문밖에 나서기도 꺼렸던, 더구나 형편이 어려워 변변한 놀이도 못해 봤던 아이들은 이날만은 세상의 주인공이 돼 신나는 시간을 즐겼다.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노래하는 매 순간이 아이들에겐 행복이었다.
머리뼈 기형으로 뇌가 자랄 공간이 좁아지는 바람에 눈이 자꾸 밖으로 밀려나오는 크루존씨병을 앓는 정세희(8ㆍ여) 예찬(6) 남매는 “‘눈탱이’이라고 놀리던 사람들이 더 이상 무섭지 않다”고 자랑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오강섭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과장은 “얼굴 때문에 겪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자신감을 키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4년 4월부터 지금까지 얼굴기형 환자 208명에게 무료수술을 해 줬다.
용인=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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