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멧돼지가 사람까지 공격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노약자들이 멧돼지에 물려 숨지는가 하면 사냥에 나선 엽사마저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1일 오후 4시 40분께 충북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 뒷산에서 동료들과 함께 사냥을 하던 엽사 이모(44ㆍ충북 음성군 대소면)씨가 갑자기 나타난 멧돼지에 받쳤다. 이씨는 엉덩이와 등, 허벅지 등에 15㎝나 패인 깊은 상처를 입고 다리까지 부러져 음성 S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멧돼지의 날카로운 어금니가 온몸 곳곳을 찔러 출혈이 심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 아주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이씨의 동료 엽사 4명이 총을 들고 있고, 사냥개 2마리가 있었으나 날뛰는 멧돼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앞서 10월 31일 오후 3시께 충북 영동군 심천면 길현리 논두렁에서 주민 박모(80)씨가 멧돼지에 의해 온몸을 심하게 물려 숨진 채 발견됐다. 영동군은 곧 바로 한국자연생태계협회 영동지부 소속 엽사 4명에게 포획 허가를 하고 멧돼지 추적에 나서 다음날 오전 박씨가 숨진 곳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산골짜기에서 ‘살인 멧돼지’로 보이는 한 마리를 엽총으로 사살했다. 엽사 임동수(39)씨는 “사살한 멧돼지는 무게가 200㎏이 넘는 수컷”이라며 “멧돼지와 혈투를 벌이던 중 사냥개 한 마리도 중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대전시 대덕구 갈전동 대청댐 앞 한 식당앞에서 산책하던 변모(84)씨가 멧돼지에 팔과 다리를 물려 인근병원으로 후송됐다.
지난 2월에도 영동군 영동읍 탑선리 야산에서 오모(70)씨가 멧돼지에 다리를 물려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되는 큰 상처를 입었다. 오씨는 멧돼지에 10여분간 끌려다니다 인근 저수지 준설공사를 하던 인부들에 발견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처럼 멧돼지에 의한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지자체들은 전문 엽사들로 유해조수 대책반을 만들어 포획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멧돼지의 개체수가 워낙 크게 늘어난 데다 멧돼지가 여전히 보호대상 야생동물로 분류돼 있어 피해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연생태계보존협회 장영준(50) 부회장은 “최근 멧돼지 개체수가 급격히 늘면서 영역싸움에서 밀려난 놈들이 자꾸 산 아래로 내려오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곧 멧돼지들이 예민해지는 교미철(12월~1월초)이 다가오는 만큼 등산객, 주민들은 물론 엽사들도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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